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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기만 해도 리더십, 반은 먹고 들어간것입니다

by 태준열

예전에 상사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 일하다 보면 윤활유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술도 한잔씩 하고 그래야지! 인간관계도 좋게 해야 서로 도움받고 도움 주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술, 마실 수 있죠.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술자리가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저도 종종 사람들과 즐거운 술자리를 갖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술이 업무가 되는 것입니다. 왜 그런 말 있죠?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다(제가 싫어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ㅎ). 헌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술자리는 업무의 연장인데.. 그래서 회사 돈으로 먹는 건데... 그 술자리를 만든 상사의 마음속은 지극히 개인적 일 때가 있다는 거죠.


다시 말해 회삿돈으로 개인적인 사심을 채운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사, 없을까요?

오늘은 와이프랑 싸워서 집에 늦게 가고 싶거나, 집에 가봐야 반기는 사람이 없거나, 뭔가 짜증을 풀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걸 회식자리로 둔갑시켜 개인의 사심을 채운다는 것입니다. 그건 팀원들에게 하는 일종의 거짓말입니다. 자신의 진짜 의도를 숨기고 사람들을 이용하는 거니까요. 팀원들은 상사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예정에도 없는 술자리를 가야 합니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면 그래도 이해는 될 겁니다. 최소한 속이고 이용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잦은 술자리 때문에 괴롭다는 한 후배의 말을 듣고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술자리를 갖는 상사가 있긴 있구나....


들어보니 상사의 가정 상황이 좋지 않아 가급적이면 집에 늦게 들어가려 하는 것 같다더군요. 그런 의도가 다 보인다고... 조직 활성화를 위한 술자리도 자주 하면 직원들이 싫어하는데 술을 먹는 이유가 뻔히 보이는 상사의 술자리에 왜 내가 가야 하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후배는 몇 번의 거절을 힘들게 하고 있지만 그 상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리더십은 때로는 뭘 하는 것이 아니라
뭘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요.


리더십의 출발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의도를 숨기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리더도 마음이 힘들 수 있습니다. 힘든 상황에 놓여 있을 수 있습니다. 팀원들에게 위로받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순간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자신의 스트레스를 힘없는 사람들에게 푸는 짓은 양아치 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자신을 위해 술 먹고 노는 일에 왜 팀원들의 개인 시간을 빼앗고 왜 그들의 건강을 빼앗나요? 왜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나요? 아무리 상사라도 그럴 권리는 없습니다.

팀원들의 불신은 큰 일보다 오히려 일상의 찌질함 속에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진정성 있고 솔직한(투명함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리더를 좋아합니다.

업무를 하면서, 관계를 맺으면서, 말과 행동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죠. 여기에 하나 더 하자면 그냥 그 사람 자체가 숨기는 게 없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솔직한 사람이면 신뢰가 가고 더 나아가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사람은 리더십에 대한 결점이 있어도 숨기지 않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리더십 역량은 자라납니다.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하기만 해도 리더십, 반은 먹고 들어간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일상의 작은 생각이 당신을 진성리더로 만듭니다.

우리에겐 어쩌면 작은 리더십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사진: UnsplashQuan Ngu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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