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분위기 확산?, 팀장의 리더십 부재?, 패배의식?, 모럴 리티 morality결여?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팀장의 무관심’이다.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력 또한 발전하지 못한다. 사고력이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관심은 관찰을 낳고 관찰은 관계를 맺게 한다고 했지만, 팀원들에게 관심이 없으니 관찰도 하지 않는다. 관찰이 없으니 성숙한 관계 맺기가 되지 않는다. 팀장은 자신의 성장뿐 아니라 팀원들의 성장도 가로막게 된다. 결국 성장 없는 조직의 팀원들은 다시 채용사이트를 뒤적거리게 된다. 무엇을 해도 잘 안 되는 조직의 전형적 모습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팀장의 무관심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좋은 의도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부정적 시그널은 초기에 빨리 알아챌 수 있지만 좋은 의도로 시작된 일은 끝까지 결과를 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필자는 이런 경우를 제일 위험하다고 본다.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자율좌석제가 있다.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는 실리콘벨리 기업들의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인데 ‘핫 데스킹 이라고도 한다. 내가 원하는 자리에서 자유롭게 일 한다는 것, 옆에, 뒤에 있는 상사의 눈총을 받으며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상석과 하석이 따로 없다는 것, 이 얼마나 자유롭고 멋진 시도인가. 벌서부터 창의적 생각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의 설문을 보면 응답자의 41%가 자율좌석제가 창의적 일 문화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라고 답했다. 이유는 첫째, 좋은 자리를 위한 쟁탈전으로 오히려 더 피곤해졌다는 것 둘째, 좋은 자리는 위계질서로 이미 정해진다는 묵계가 생겼다는 것 셋째, 팀장들의 불만은 팀원들의 얼굴을 보면서 소통하기 어려워졌다는 것. 이 세 가지가 주요 이유였다.
자율좌석제 도입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수직 계열화된 자리배치를 타파하여 수평적 물리적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직원들을 자유롭게 해 주고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사람중심의 공간 활용을 한 것이었다. 물론 잘 되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율좌석제 도입을 위해 얼마나 면밀한 고민과 토론이 있었는지 일 것이다. 단순히 실리콘벨리에서 시도했다고 우리도 하면 좋을 것이라는 것은 논증도, 검증도 되지 않은 그저 ‘관념적’ 의사결정일 뿐이다.
그전에 본질을 찾는 질문을 던져봤으면 어땠을까? 원래부터 꼰대였던 사람이 자리가 바뀐다고 꼰대가 아니게 될까? 창의적 아이디어는 자유로운 물리적 환경에서만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좋은 역량을 가진 리더의 소프트 파워에서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는 어떤가? R&R은? 수평적 조직문화는 정말 좋은 것일까? 반대로 수직적 조직문화는 나쁜 것일까?
비슷한 경우가 또 있다. 한 때 미국 실리콘벨리 기업들에게서 서서 일하는 문화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서서 일 하면 두뇌활동이 보다 역동적으로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트레이드밀에서 걷기를 하며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뭐 좋다. good try!.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 하지만 어디서 이런 것을 했다는데 우리도 해보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접근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쉬울 것이다. 서서 일하는 것에 분명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무시 못할 정도이기 때문이다(참조: https://cm.asiae.co.kr/article/2018071315011319197)
문제는 생각과 시도가 아니라 ‘관념적 판단’이다. 관념적 판단은 경험에 의지하지만 '경험'이라는 것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잘 맞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무작정 경험주의에 기반하여 관념적 판단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율 좌석제 도입도 스탠딩 데스크 업무방식도 좀 더 깊은 고민을 해 봐야 하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목적이 분명하다면 다른 방식은 안 되는 건지’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단점을 우리가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인지'... 본질과 방식을 찾는 질문을 계속 던져봐야 한다. 리더는 팀원들에게도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직원들이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임원이 외부에서 교육을 받고 오는 게 가장 무섭다’. 제발 교육 좀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 그럴까? 교육이 문제가 아니다. 교육받고 온 것을 한번 해 보고 싶어서 무작정 담당이나 팀장에게 지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배운 것을 적용해 보고 실천해 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오히려 칭찬할만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환경과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지시받은 팀장이나 담당은 무리가 되어도 대부분 가능한 쪽으로 기획을 하고 보고를 할 것이다. 임원이 지시한 일이니까. 담당 입장에서 우리 조직에 맞지 않을 것 같아도 그냥 할 수밖에 없다. 팀장이나 담당 입장에서는 참 답답할 노릇일 것이다.
조직에서는 100+1이 반드시 101이 되진 않는다. 150이 되기도 하고 -150이 되기도 한다. 왜 그럴까? 사람은 그만큼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관련된 문제는 절대 자신의 경험을 과신하면 안 된다. 100+1이 –150이 되지 않기 위해 리더는 관념적 판단을 가급적이면 피해야 한다. ‘그럴 것이다, 그러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 해 보니 그랬다 ‘ 이런 생각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리더가 관념적 판단에서 벗어나려면 팀원들에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팀장과 생각이 달라도, 그것을 말해도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스킬과 마인드를 키워주려면 자율 좌석과 같은 물리적 환경이 창의력을 가져다준다는 단순한 믿음보다 조직의 정신적 공간을 안전지대 safe zone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심이 더 중요하다. 수직적, 보수적 관계는 자리배치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앉아있는 리더에게서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