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나가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회사에 취하기 쉽다.
회사에 취한다는 것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쉽게 말해 회사에 만족하는 것이다. 아니, 만족을 넘어 평온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일은 회사에서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딱히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내 상사마저도 말이다. 이 분야에 전문가는 아니니까. 사람들도 좋고 집도 가깝고 정말 뭐라 할 것 없이 편하다. 심지어 일도 재미있다. 어떻게 보면 회사와 연애하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이 좋은 회사도 익숙해질 때가 되면 편안한 분위기에 정신없이 취하는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뭐, 남들은 회사가 힘들다 마음이 무너진다 이런 소리들을 하는데.. 어쩌면 행복에 겨운 소리 일지도 모르겠다.
대충, 회사에 취하는 모습은 이런 모습 아닐까 한다.
내가 그런 적이 있다. 운 좋게 원하는 회사에 이직을 했고 사람들도 좋고 상사도 정말 잘해줬다. 부하직원도 괜찮은 친구들이었다. 좀 건방진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일에 있어서도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전문가 코스프레를 하기에 딱 알맞은 환경 아니었을까. 그야말로 직장 생활 중 가장 해피 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좀 취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직장에 취하고 사람에 취해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회사에서 충분히 행복하니까. 결국 나를 단련하고 외부에 눈을 돌리고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뭔가 현재의 결핍이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그 결핍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니까. 아무튼 당시 나는 그다지 결핍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왜? 잘 나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그 평안함은 깨져버렸다. 경영방침이 바뀌고, 상사가 바뀌고, 팀원이 퇴직을 하고, 조직개편이 되고, 아무튼 그렇게 내 마음의 균형도 깨지게 되었다. 나를 둘러싼 회사의 모든 환경이 갑작스럽게 바뀌어 버렸다. 나는 말할 수 없는 위기감이 들었고 비로소 나 스스로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갑작스럽게 말이다.
"내가 지금 회사를 나간다면?, 이직이 예전처럼 쉬울까? 회사 밖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봤을 때 내 실력은 어느 정도 일까? 회사에서야 내가 전문가지만 외부에서도 그럴까? 그때도 지금처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퍼부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회사가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 가정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더 배워야 하고 더 경험할 것이 많다는 것을. 하지만 결국 우리는 좋은 회사에 취하든, 높은 연봉에 취하든, 좋은 사람에 취하든, 그렇게 점점 취해간다. 일이 힘들고 사람이 힘들다고 하지만 우리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존하고 있으나 동시에 생존력을 잃어가고 있다.
생존에 필요한 독립적 사고 그리고 자생력, 민감성 이런 것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닐까.
회사에 취하면 결국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밖을 보지 못한다.
쉬운 말로 어깨에 "뽕"이 들어가 있을 때니까. 하지만 그 뽕도 언젠가 가라앉아버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당신의 어깨에 뽕이 들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조직에서 인정받고 있을 때 편안함에 익숙해지더라도 지속적으로 밖을 한 번씩 내다보는 게 좋다. 동종업계 사람들을 만나든,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활동을 하든, 외부 교육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든 말이다. 외부로 조금씩 눈을 돌리면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있다.
1) 객관적으로 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2) 나는 전문가일까?
3) 내가 하고 있는 일로 사업을 한다면? 돈을 벌 수 있을까?
4) 회사 명함이 아닌 내 이름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면? 그때도 나를 돕는 사람이 있을까?
5) 이직시장에서 내 이력서는 어떤 가치를 지닐까?
조직에서 바라보는 내가 아니라 세상이 바라보는 나를 알 수 있을 때, 진짜 자기 성장이 가능해진다. 내부가 아니라 외부와 진검승부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때, 지금의 조직에서도 핵심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 나에게 좋은 상황일수록 "취하지 말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당신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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