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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Aug 21. 2021

BOX 밖으로 나가야 하는 조직개발 이야기

당신도 알고 나도 아는데 하지 못했던 것들

대표도 알고 임원도 알고 팀장도 알고 있는 것, 팀원들도 알고 있는 것인데, 서로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나 스스로를 위해 일 한다는 것이다.
열정은 나를 위한 것이지 조직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나를 위해 일하고, 내 가족을 위해 일하고, 내 미래를 위해 일 하고 싶지 남을 위해 일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에게는 자신의 비전이 중요하지 사실 회사의 비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회사의 비전은 개인의 비전과 연결될 때 작동될 뿐이다. 그러니 더 이상 회사의 멋진 이상과 조직 중심적 사고, 집단의식, 조직의 성과 등과 같은 사실상 씨알도 먹히지 않는 집단주의적 사고와 표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는 아무도 입지 않는 낡은 유니폼을 언젠가 입을 것이라고 계속 우기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아, 그렇다고 내가 회사의 비전과 미션, 핵심가치 자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질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도 못하고 작동도 되지 않는 판타지 무협소설과 같은, 그래서 홈페이지에만 걸려있는 비전과 핵심가치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낡은 상자 안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우리는 왜 이처럼 의미 없는 생각과 행동을 받아들일까? 왜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까? 왜 서로 까놓고 말하면 안 되는 것일까? 솔직하고 투명해지면 마치 회사가 금방 망할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늘 그래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개인주의에 대한 경계는 늘 있어왔다. 개인의 자유와 개인의 생각과 개인의 행동은 늘 우려의 대상이었다. "나"보다 "우리"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개발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회사와 구성원들은 표면적으로는 같은 곳을 보고 있지만 내심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취한 후 언제, 어디서 기차를 옮겨 탈까 생각을 할 뿐이다. 회사는 다른가? 마찬가지다. 기관사도 기차를 떠날 생각을 한다. 기차를 멋지게 만들어 비싼 돈을 받고 팔까 하는 생각도 한다. 어떻게 해야 쓸모없는 승객을 내리게 할까에 대한 생각도 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회사와 구성원의 관계를 보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구성원들과 회사는 가족도 아니고 연애를 하는 사이도 아니며, 자선사업의 대상도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계약 관계인 것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회사는 직원들을 채용해 일을 시킴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고 직원 또한 회사에 취직해서 원하는 것을 얻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이제 회사도 구성원도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감동적인 영화에서 나오는 영웅들의 서사처럼 "감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섣불리 "감화"시키려고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 "감화"는 거친 파도처럼 높아졌다가 해변에 다달아서는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현학적 허세나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조직개발은 사람의 본능을 인정하는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본능을 거스르는 정책은 모두 실패하기 때문이다. 정치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실패하는 정책에는 사람의 본능과 본질이 빠져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이다. 아니, 좀 더 표현을 순화하자면 '자기본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시장이라는 개념이 그래서 생겨난 것이고 나를 위한 활동들이 모이고 모여 사회와 경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자기본위적 마음은 남을 치는 탐욕과 자기 보신주의와는 좀 다르다. 그저 내가 잘되면 좋겠고 내가 돈을 좀 벌었으면 좋겠고 연봉을 좀 더 많이 받으면 좋겠고, 좀 편하게 살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것이 나쁜 것인가? 아니다. 나를 무엇보다 사랑하는 마음은 정상이다(물론 극단의 이기주의처럼 타인을 치는 것은 안된다)


빵가게 주인이 빵을 열심히 만드는 이유가 국가와 사회를 위한 것이 아니고 나를 위한 것이듯, 조직에 있는 개인도 이러했으면 좋겠다. 빵가게 주인과 같은 사람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조직에는 활기가 흐를 것이다. 왜? 나는 소작농이 아니고 엄연히 빵가게 주인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진정으로 잘 되길 원한다면 구성원들을 소작농으로 만들지 말고 빵가게 주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회사의 핵심가치, 비전, 미션을 무턱대고 구성원들에게 이해시키고 체화시키는 것은 어찌 보면 생각없이 그냥 주인을 따라야 하는 소작농을 키우는 과정인 것 같다


구성원들에게 정말 해야 하는 것은 개인의 비전과 이를 위한 성장계획,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커리어가 현재 나의 일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가이다. 즉, 개인 비전과 연결될 수 있는 직무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미래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나를 위해 하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자기본위적인 마음은 나를 움직이는 최고의 힘이다. 이 최고의 힘들을 조직의 파워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로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사실 조직개발은 조직이 중심이 돼야 하는 것이 아니고 철저히 개인에게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 그렇게 시작되어 조직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조직 중심적 생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실상 조직을 움직이는 개인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다. 그렇게 진행되는 조직개발은 진전 없이 겉으로만 빙빙 맴돌 뿐이다. 컨설턴트의 멋진 그림과 자료들, 그리고 경영그루들의 명언들을 들으며 언젠가와 같이 또 헛다리만 짚게 될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생각과 일을 했다면 이젠 정말 상자 밖으로 나갈 때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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