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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Sep 07. 2021

리더, 회사 앞에 서다

리더, 문 앞에 서다

예전에 회사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커리어 코칭을 해 준 적이 있다. 인사실장이었던 나와 코칭 전문기업의 대표와 함께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갖고 진행을 했었는데, 당시 대표를 설득하는데 무지하게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나와는 생각이 좀 달랐었으니 말이다.


대표: 직원에게 경력상담을 해 준다고? 그러다 사람들이 퇴직하면 어쩌려고 그래? 지금 인사실장이 직원들의 이직을 돕는 건가? 승인해 줄 수 없네. 너무 개인적이야. 조직적으로 함께 뭉칠 수 있는 이벤트를 해 보는 건 어때?


인사실장: 아 대표님, 그렇지 않습니다. 제 생각엔 직원들은 더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본인의 일을 더 열심히 할 것 같습니다.


대표: 왜 그렇다고 생각하지? 조직개발이 조직 중심이 돼야지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지면 어떻게 하나?


인사실장: 대표님, 사실 직원들은 직장 상사나 선배들에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거의 이야기한 적이 없을 겁니다. 이직을 시도한다고 생각할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현재 내 일과 내 자리와 회사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일 것입니다.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직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지금의 일과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해 스스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다면 오히려 직원들은 회사에 고마움을 느낄 거라 생각합니다(구성원들에 대한 조직 지원 인식도(%) 상향). 또한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향후 직무설계나 조직개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지금 맡고 있는 일은 만족스러운지, 아니면 변화가 필요한지

2. 업무조정이 필요한지

3. 일에 대한 흥미는 어떤지

4. 업무개발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5. 지금의 일을 경험으로 나중에 나만의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지

6. 직무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은지,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것이 지금의 일과 관련이 있는지

7. 현재 본인의 직무 수준은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커리어 개발을 위해 어떤 학습이 필요할지


대표: 흠..... 그래도 좀 위험하지 않을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인사실장: 물론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저는 최소한 커리어 코칭 때문에 이탈하는 직원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현재 자신의 위치를 재 확인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자기 계발과 직무개발에 더 큰 에너지를 보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회사와 구성원 모두 윈윈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략 나는 대표와 이러한 대화를 나눴다. 당시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었고 보수적인 회사의 입장에서는 좀 우려스러웠던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제 회사도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일찌감치 회사는 개인을 책임져주지 못하고 개인도 본인의 인생을 위해 언제든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직원들은 애들이 아니다. 각자의 상황과 판단 아래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갈 뿐이다. 회사를 떠나는 것도 개인 인생의 일부분이다. 커리어 코칭을 해 준다고 떠나고 아니면 머무르는 그런 단순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는 사람은 남는다는 것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제발 직원들을 애들이 아닌 성인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


다만, 직원이 원하는 것과 조직이 원하는 것이 어느 일정 기간 내에 잘 매칭이 되게끔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것이 조직개발의 이유고 그래야 개인과 조직 간 시너지가 생기고 진짜 성과가 나는 것이다. 개인의 커리어에 도움을 주는 이유는 함께 있는 동안 일방이 아닌 서로의 미래를 위해 더 열심히, 더 많이 도움을 주고-받기 위함인 것이다. 다시 말해 개인의 커리어 개발을 지금의 회사에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회사는 개인의 원트(커리어개발)와 회사의 원트(조직성과)를 이어주는 역할을 해 주면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개인의 생각과 계획을 존중해 줄 때, 개인주의를 이해해 줄 때 직원들은 사고가 자유로워질 것이고 그러한 관계 속에서 더 즐거운 마음으로 주어진 역할을 해 낼 것이다. 


바람을 피울까 노심초사 걱정하는 애인이 아니고
언제든 자유롭게 서로를 떠나보낼 수 있지만, 있는 동안 충분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잘 지낼 수 있는 썸의 관계처럼 말이다.


아, 직원들에게 커리어 상담을 해 준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좋았고 현 직무에 대한 재개발과 몰입도 또한 한층 좋아졌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좋은 평가도 있었다.



생각보다 썸의 관계는 오래갈 수도 있다. 

서로에게 질척거리지만 않으면 말이다. 이제 쿨하게 인정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애인이 아니라 썸의 관계라고 말이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리더성장과 자기계발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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