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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Oct 01. 2021

리더, 개인주의 앞에 서다

리더, 문 앞에 서다

필자는 개인보다 집단을 더 우선시 생각하는 조직문화에서 성장한 70년대 생이다. 실제로 예전에는 선배들 앞에서, 상사 앞에서 개인에 대한 말은 거의 꺼내지도 못했다. 퇴근하겠다는 말은 그 누구도 먼저 꺼내지 못했고, 하물며 사원이 먼저 집에 가겠다는 것은 거의 하극상이나 다름이 없었다(갑자기 무한상사의 유 부장이 떠오르기도 한다 ㅎㅎ). 뭔가 좀 억압적이라고 할까? 아무튼 라떼는(ㅎㅎ), 사원은 신생아였고 대리 정도나 돼야 옹알이나 하는 지경이었다.


그 어마무시 한 상황 속에서 필자는 커밍아웃하지 못한 소심한 개인주의자였다.


시간이 지나고 필자가 팀장이 되었을 때, 조직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여전히 집단주의는 마치 모태신앙을 가진 사람이 신앙을 버릴 수 없듯이 조직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가 어느 정도 의사결정을 하고 전체 조직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가 되었을 때 비로소 필자는 개인주의를 커밍아웃했다.


우선 정시퇴근이 원칙이었다. 그리고 퇴근 이후까지 개인의 시간을 조직에 바라는 은근한 주문을 극단적으로 싫어했다. 두 번째, 효율과 효과성을 추구했다. 무엇이든 본질을 벗어난 메이크업이나 질척거리는(엉 깐다고도 한다) 것들을 가장 싫어했다. 예를 들어 일을 잘하는 것이 먼저지 술 한잔 하면서 친해지는 것은 그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조직의 일이 잘 맞물려 가기 위해서는 각자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것이 먼저지, 술 먹고 친해져서 일을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술 먹고 친해지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다. 원인과 결과는 분명해야 했다. 세 번째, 사람들은 회사가 아닌 본인 스스로를 위해 회사를 다닌다. 열심히 일 하고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는 것이다. 즉,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수평적인 윈-윈 관계라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의 성장과 발전이 없으면(균형이 깨지면) 조직을 떠나 그것을 충족해 주는 곳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그것을 응원했다. 회사는 가족이 아니다. 서로의 니즈가 잘 맞아야 하는 게 먼저고 또 그것을 조직체계와 시스템, 제도로 풀어내는 것이 인사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은 팀장을 위해, 팀장은 임원을 위해, 임원은 대표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일이 성공적으로 잘 이루어지기 위해 그에 맞는 "역할"이 존재할 뿐이사람 자체가 높고 낮은 것은 아니다.


필자는 조직에 몸담고 있을 때 이러한 생각과 기준으로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와의 관계 설정, 그 사이에서 시너지를 만드는 것, 구성원과 조직, 그리고 성과에 대한 철학, 정의, 이와 같은 본질적인 것에 집중해 왔고 또 본질에 집중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잘 되어 성공한 적도 있었고 시도조차 못하거나 잘 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솔직히 이러한 논의는 그 조직의 대표이사 또는 임원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내 생각이 맞던 틀리던 그 자체를 주제로 토론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조직에 집단주의보다 개인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 개인의 발전을 잘 연결시키기만 하면 그것이 조직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조직의 발전과 목표를 매일 떠들어 봤자 타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면 개인은 진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회사의 비전을 통해 구성원들을 감동시킨다고도 하는데 그것은 영화에나 나오는 말이다. 혹시 잡스 시절 애플 정도면 모르겠다. 사람들은 회사에 감동하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다.  


개인주의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영진은 항상 번지수를 잘못 찾는다.
역설일지는 모르겠지만 진정으로 조직이 성장하려면
개인의 성장(개인주의)에 집중해야 한다.




개인주의라는 단어에서 오는 선입견 때문에 많은 리더들이 그것을 이기주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것은 개인주의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개인주의에 대한 의미를 토론과 합의로 함께 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아주 멋진 일이 될 것다.


트렌드 분석 전문가 김용섭 대표가 저술한 책 <라이프 트렌드 2021, Fight or flight>를 보면 극단적 개인주의 라는 말이 나온다. 아래 글을 보면 극단적 개인주의 오히려 조직을 투명하게 해 주고 공정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극단적 개인주의는 철저하게 자신의 관점, 가치관, 이해관계에 집중하는 것이다.  단순히 나만 잘살면 돼! 정도가 아니라 내가 잘 살려면 기회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돼!로 진화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부당한 짓을 해서라도 남을 짓누르고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사회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각자도생 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없어야 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된 사회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개인주의 완성은 안정된 사회구조 내에서 가능하다. 그러므로 공공의 이익 약자의 보호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 모두 개인주의와 연결된다. 아이러니 하지만 극단적 개인주의가 사회적 연대를 요구하고 이념 아닌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정치를 요구한다. 살기 좋은 나라의 대명사가 된 북유럽 국가들은 행복지수, 삶의 질, 복지에만 세계 최고가 아니다 투명성에도 단연 세계 최고다.




우리도 모르게 뇌에 입력된 집단주의는 잘못된 시그널을 직원들에게 보내기도 한다. 사실 직원들은 그래서 힘들다. 잘못된 집단주의의 시그널은


1. 회사의 대표나 임원, 팀장을 가부장으로 만든다. 

2. 조직을 사회주의로 만든다. 인간이 사는 세상엔 반드시 개인차가 생기고 틈이 생긴다. 다만 공정한 기회로 모두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게 안되면 도태되는 것이 맞다. 프리 라이더(Free rider-노력 없이 거저 먹는 사람들)까지 배에 태울 수는 없다

3. 민주적으로, 다수결로 정해진 것이라 해도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4. 진짜 동기부여는 회식에서 하는 으샤으쌰가 아니다. 아직도 이렇게 믿는 리더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 시간에 진짜 동기부여가 뭔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게 더 조직을 위하는 것이다.

5. 잘못된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국뽕을 만들듯이 기업도 기업뽕을 강요하고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 조직 부적응자로 여긴다. 국가와 기업에 대한 프라이드는 강요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위정자들, 기업의 경영진들이 올바른 행동을 할 때, 제대로 된 일을 할 때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가 아니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내려놓고 집중해야 할 것에 집중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려면 공정하고 투명하며 본질을 중요시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주의문화는 조직에 결코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제 조직에서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담론"들을 꺼내어 함께 토론하고 함께 합의해서 모두의 약속(제도)으로 만드는게 중요하다.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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