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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Dec 21. 2018

홈페이지에 없는 핵심가치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의 목적이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로 이루어진다>를 보면서 이것이 life사의  모토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처음에 코믹영화인 줄 알고 봤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영화 전반과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인생의 정수"에 대한 감동은 내 마음을 저 밑바닥까지 떨어 뜨리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주인공이 16년 동안 충심을 다해 다녔던 잡지사 life의 모토를 말하는 장면에서 난 지금까지 거쳐왔던 회사들의 핵심가치를 떠올렸다. <열정> <도전> <스마트> <고객>.. 등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단어들..

난 나를 위해 회사를 다녔고 내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가 되기 위해 내 직무에 몰입했다. 실현해 봤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모든 회사는 아니었지만 몇몇 곳은 정말로 회사를 좋아했고 사람들을 좋아했다. 퇴근길에 동료들과 소주 한잔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사장님을 존경한 적도 있다. 

하지만 회사의 핵심가치와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에 매료된 적은 없었다.  인사담당이었지만 진심으로 매료된 적은 없었다. 어쩌면 나는 내 일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의미 있는 것이 되니까.. 


다시 영화로 돌아가, <월터의 상상은 현실로 이루어진다>에 나오는 life사의 모토를 보면서 뭔가 내 마음이 움직였다. 내 회사도 아닌데 내 마음이 심쿵해지는 순간이었다. 솔직히 life사의 직원들이 정말 그러한 기업 모토를 마음에 새기며 일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정신세계와 철학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하는 곳이라면 나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밑바닥서부터 올라왔던 기억이 난다.

평생 회사를 다닐 순 없지만 적어도 내 직업인생 중 한 번은 이런 심쿵하는 순간을 맞고 싶다. 


무엇을 위해 직장을 다니는가?라고 묻는다면 난 당연히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다닌다. 비록 흔한 우리네 직장인들의 이야기겠지만 이것은 하루하루 아내를 생각하고 아이들 학원비를 생각하며 부모님 용돈을 생각하고 새벽같이 출근버스에 올라타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우리 직장인들의 하루, 한 달, 일 년이 만들어 내는 <인생의 정수>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나는 또 다른 인생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  <진실로 핵심가치를 전파하는 길은 전파하려 노력하지 않는 것>이라는 '역설'의 의미도 깨달았으면 한다. 회사의 핵심가치를 책상에 붙여놓는다고 사람들이 과연 진심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더 이상 회사를 위해 뼈를 묻겠다고 말하지 않으며 나 스스로를 위해 일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 할 수 있는 회사가 있었으면 한다. 내 마음과 회사의 가치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심장이 뛰는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가족을 사랑하는 것만큼의 힘을 만들어 낸다. 눈물 흘릴 수 있으며 화낼 수 있으며 안달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해하고 악수할 수 있는 그러한 조직의 핵심가치는 홈페이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핵심가치와는 다르다. 핵심가치가 없지만 핵심가치가 있다.

꿈같은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난 여전히 그런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조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는 것은 내가 아직까지도 순진해서일 수도 있겠지.... 

마지막 직장을 나올 때 즈음엔 나 스스로 그러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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