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각실험

스님의 산행

논리적 분석이 아닌, 시각적 상상으로 문제를 생각해보자

by 박종하

[생각실험] 스님의 산행

어느 날 새벽, 정확히 해 뜰 무렵 한 스님이 높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 산 꼭대기에 있는 멋진 절까지 굽이굽이 이어져있다. 스님은 빨리 발을 옮기기도 하고 천천히 쉬엄쉬엄 가기도 하며 절로 올라가고 있다. 가는 도중 여러 번 멈춰 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몇 시간이 지나 그는 절에 도착했다. 몇 일간의 단식과 명상을 가진 후 그는 같은 길을 따라 되돌아와야 했다. 수양을 마친 며칠 후 정확히 해가 뜰 무렵 스님은 절에서 나와 산을 내려왔다. 빨리 걷기도 하고 천천히 걷기도 하며 내려왔다. 물론, 때때로 길을 멈춰 쉬기도 하며 몇 시간을 걸어 산을 내려왔다. 스님이 산을 내려오며 지나온 곳들 중, 며칠 전 산을 올라갔을 때 정확히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지나쳐간 곳이 있을까?




이 질문을 답을 한번 해보시죠. 하루는 스님이 해가 뜰 무렵 집에서 산으로 올라갔고, 다른 하루는 해가 뜰 무렵 산에서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정확히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지나친 곳이 있을까요?



이 문제를 논리적으로 추론하려고 하면 명쾌하게 답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이렇게 한번 접근해볼까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겁니다. 머릿속에 산을 올라가는 스님을 상상하며 동시에 산을 내려오는 스님을 상상해보시죠. 만화의 장면처럼 복제인간 두 명이 산을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을 상상해볼까요? 둘이 서로 다른 속도로 걷거나 누군가가 때때로 앉아서 쉬더라도 둘은 산길 어느 곳에서는 만나게 되어있습니다. 그들이 만났다는 것은 정확히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그들이 있었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 질문의 대답은 ‘그런 곳이 있다’가 답입니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설명이 어렵고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때때로 이렇게 상상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생각나네요.


박종하

mathi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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