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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하 Jan 10. 2019

4. [수학 일반] 수학적 사고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는 수학적 사고

수학적 사고의 기본은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우리의 생각은 항상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확인하지 않으면 너무 쉽게 틀리기 때문이죠. 우리가 엉뚱하게 생각하고 착각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다음과 같은 착시를 닮았습니다. 다음 평행사변형에는 2개의 대각선이 있습니다. 이 두 개의 대각선은 길이가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눈으로는 왼쪽 대각선이 오른쪽보다 더 길어 보입니다. 우리의 눈이 틀리고 있는 것이죠. 우리의 눈이 틀리듯이 우리의 생각도 자주 쉽게 틀립니다.

수학을 공부하며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이런 착시처럼 나에게 일어나는 ‘무엇인가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 위해서입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볼까요? 


이번에는 이런 상황을 생각해볼까요? 여러분이 증권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투자가를 찾을 때에는 소액을 투자하는 사람 100명보다 거액을 투자하는 사람 1명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1만 명 부자의 정보를 얻어보세요. 그리고 그들을 둘로 나눠서 5,000명에게는 “내일 삼성전자 주식이 올라갈 것이다”는 이메일을 보내고, 나머지 5,000명에게는 “내일 삼성전자 주식이 떨어질 것이다”는 이메일을 보내는 겁니다. 만약, 주식이 올라갔다면 떨어질 것이라고 이메일을 보낸 사람의 명단을 버리고 맞춘 사람 5,000명에 대해 또 둘로 나눠서 이메일을 보내는 겁니다. 2,500명에게는 삼성전자 주식이 올라갈 것이라고 보내고, 나머지 2,500명에게는 떨어질 것이라고 보내는 거죠. 이렇게 반씩 나눠서 한쪽에는 ‘올라갈 것이다’, 다른 한쪽에는 ‘떨어질 것이다’라고 보내며 실제 주식의 움직임을 살펴서 틀린 쪽은 버리고 맞춘 쪽에는 계속 이메일을 보내는 겁니다. 이렇게 10번 정도 하면 1만 명 중 10명 정도의 사람은 당신이 주가를 10번이나 연속으로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을 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큰돈을 투자할 것입니다. 


이것은 재미로 만든 이야기일 뿐이지만, 수학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분석적이고 논리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자신만의 생각이나 편견 또는 사회적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의 말이나 자신의 생각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생각은 너무나 쉽게 잘못된 방향으로 빠지기 때문에, 생각을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같이 해볼까요?


왕의 생각대로 그 나라에는 앞으로 남자의 수가 줄어들고 여자의 수가 늘어날 것 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법을 확인해보면 그 왕의 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볼까요? 가령, 100명의 집에서 아이를 낳았다면, 50명은 남자아이를 낳고 50명은 여자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제 다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집은 여자 아이를 낳은 50집이죠. 이 50집에서 다시 아이를 낳으면 25명은 남자 아이고, 25명은 여자 아이입니다. 결과적으로 태어나는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의 수는 계속 같은 겁니다. 다시 말해서 왕이 생각했던 것처럼 여자의 수는 증가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직관이 빗나가는 순간입니다. 이 상황을 그림으로 간단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비슷한 질문을 몇 개 더 해볼까요?  

1.  카지노에서 주사위 던지기 도박을 한다. 짝수가 연속으로 6번 나왔다. 다시 주사위가 던져진다. 이때 홀수에 베팅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2. 무작위로 포탄이 날아오는 전쟁터에서, 한번 포탄이 떨어진 자리에 또다시 포탄이 떨어질 확률이 정말로 낮을까?

3. 20년 동안 복권을 산 할아버지와 한 번도 복권을 산적이 없는 내가 같이 복권을 샀다면, 할아버지가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내가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더 높을까?

4. 3할 3푼 3리의 야구 선수가 2번 연속 안타를 치지 못했다면, 3번째 타석에서는 과연 안타를 칠 가능성이 더 높을까?

5. 제주도로 출장을 가던 중 초등학교 때 내가 좋아하던 여자 동창을 우연히 만났다. 이러한 우연은 정말 일어나기가 힘든 것이다. 우리의 만남이 과연 운명적일까? 



먼저, 주사위 던지기를 생각해볼까요? 연속으로 6번 짝수가 나왔다면 다음에는 홀수가 나올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겁니까? 이 질문에 대하여 수학자 요한 베르누이는 ‘주사위는 양심도, 기억력도 없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미 연속으로 6번이나 짝수가 나왔어도 새로 던져지는 주사위가 짝수가 나올 확률이나 홀수가 나올 확률은 모두 1/2인 겁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혼란스러워합니다. 주사위를 던져서 홀수가 나올 확률과 짝수가 나올 확률이 모두 1/2인 것은 주사위를 10번 던졌을 때 홀수와 짝수가 5번 정도씩 비슷하게 나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으로 10번을 모두 던졌을 때, 기대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10번이 모두 홀수만 나오는 특수한 상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사위가 지금 새로 던져지는 일은 이전에 일어났던 일과는 상관없는 독립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앞의 질문에서 주사위에게 기억력이 없는 것처럼 포탄과 복권 역시 기억력이 없습니다. 이전의 사건과는 전혀 상관없이 다음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이미 포탄이 떨어진 자리에 또다시 포탄이 떨어질 확률은 다른 자리의 확률과 같고 할아버지가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나 내가 당첨될 확률이나 마찬가지로 똑같은 겁니다. 타율이 3할 3푼 3리라고 하면 대략 3번 타석에 서면 그중 한 번은 안타를 칠 것이라는 걸 의미하죠. 하지만, 이것이 2번 연속 안타를 못 쳤다고 3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칠 것이란 말은 아닌 겁니다. 오히려, 안타를 치는 것이 선수의 그날 컨디션에 좌우된다면 안타를 계속 못 치거나 몰아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죠.


5번에 대해서 자세히 생각해볼까요? 내가 제주도로 출장을 가던 중, 초등학교 때 좋아하던 여자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면, 이런 우연이 정말로 만나기 힘든 운명적인 만남일까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확률이 매우 낮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납니다. 다시 말해서 가능성이 높은 일이란 거죠. 특정한 여자 친구를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시간에 만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특정하지 않은 사람을 특정하지 않은 장소에서 특정하지 않은 시간에 만날 확률은 생각보다 높은 겁니다. 이런 것이 현명한 생각이고, 우리가 수학을 통하여 얻는 것입니다. 



수학적인 생각이 부족한 사람들은 때때로 엉뚱한 결론을 내리곤 하는데요, 신문기사 몇 개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집 근처에서 운전하는 것이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교통사고가 일어난 위치를 통계 낸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의 대부분이 운전자의 집 근처에서 일어났다. 고속도로에서의 사고는 전체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따라서, 집 근처보다는 고속도로가 더 안전하다.


② 어떤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로 죽은 운전자 10명 중 6명이 안전띠를 매고 있었고, 4명은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운전 중 안전띠를 매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다.


③ 살해당한 모든 여성들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 살해당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살해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들을 조심하라.


④ 여자는 남자보다 운전을 더 잘한다. 교통사고를 낸 사람들의 통계 자료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는 대부분 남성 운전자에 의해서 일어난다. 대부분의 여성 운전자는 교통사고를 내지 않는다. 여자는 남자보다 운전에 더 소질이 있다.


⑤ 어떤 지역의 통계에 따르면, 이 지역의 우유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범죄와 암 환자의 수도 같은 속도로 증가했다. 몇 개 지역을 추가로 조사한 결과 우유 소비량이 증가한 지역은 범죄와 암 환자의 수도 같은 속도로 증가했다. 따라서, 우유 소비는 범죄의 증가와 암 환자의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기사들이 실제로 신문이나 몇몇 매체에 진지하게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에 대한 현명한 해석이죠. 수학적인 생각 없이 데이터를 그냥 사용하면 지금과 같은 엉뚱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가령, 교통사고가 집 근처에서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은 그곳을 더 많이 다니기 때문이고, 안전띠 역시 대부분의 사람이 안전띠를 매고 있기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들 중에 안전띠를 매지 않은 사람보다 안전띠를 맨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은 것입니다. 살해당하는 여성의 경우도 집 앞의 교통사고나 낮 시간에 교통사고가 더 많은 것처럼, 대부분의 여성들이 남편이나 애인 이외의 사람들과 관계를 적게 맺기 때문입니다. 여자들은 면허가 있어도 차를 거의 운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여성의 교통사고율은 낮은 것이고요. 우유 소비와 범죄가 같이 증가했다면 그 지역에 사람들이 더 많이 유입되어 인구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이렇게 원인과 결과를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하고 단순히 숫자만을 보며 생각하는 것은 바보 같은 결론을 내리게 하는 겁니다. 


통계를 잘못 인용해 ‘2쌍 중 1쌍이 이혼하고 있다’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물론 통계청에서 조사된 숫자는 거짓된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숫자를 잘못 해석한 것에 있습니다. 2013년 혼인 건수는 32만 2800건이고 이혼 건수는 11만 5300건입니다. 이 수치를 보고 우리나라 이혼율은 35.7%라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면 안 됩니다. 여기서 혼인 건수는 2013년 혼인 신고한 신혼부부를 의미하며 이혼 건수는 이들이 아닌 2013년 한 해 전체 이혼한 부부들 이야기입니다. 즉 혼인과 이혼은 다른 사람의 수치인 것이죠. 가령, 혼인을 할 연령대의 사람이 100명인 반면에 이혼을 할 가능성이 있는 연령대의 사람이 1000명이라면 단순히 숫자만으로 비율을 낼 수는 없는 거 아닐까요? 혼인과 이혼에 대한 올바른 판단은 국제통계 기준인 조(粗) 이혼율입니다. 한 쌍의 부부가 결혼을 해서 실제로 이혼을 하는지 안 하는지 따져보는 것인데, 2013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우리나라의 이혼 건수는 2.3 건입니다. 안타깝게도 조이혼율로 따져보아도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라고 하네요. 



박종하

mathi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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