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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하 Jan 11. 2019

13. [기하학] 악마의 기하학 문제

주어진 문제의 조건을 확인한다

유명한 소프트웨어 회사에 지원한 사람이 입사 면접에서 다음과 같은 삼각형의 면적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우리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초등학교 때 배운 삼각형의 면적을 구하는 공식으로 풀면 될 것 같은데, 그것이 답이 아니라는 거죠. 사실, 이 질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학교 3학년 정도의 수학 지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수학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도 이 질문을 받고 면접관의 의도를 파악하여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문제를 보고, ‘악마의 기하학 문제’라고 부르더군요. 그럼, 이 문제의 답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면접관의 질문에 “그런 삼각형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문제에서 주어진 것과 같은 밑변과 높이를 갖는 직삼각형은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수학적으로 생각을 하면 이렇습니다. 빗변이 AC인 직각삼각형 ABC는 AC을 지름으로 갖는 원에 내접하는 모양으로 표현됩니다. 이것은 직각삼각형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죠. 반대로 다음 그림처럼 원의 지름을 한 변(AC)으로 하고 원 위의 한 점(B)을 잡아 연결하여 만든 삼각형 ABC는 직각삼각형이 됩니다. 이것이 원과 직각삼각형이 갖는 중요한 관계입니다.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직각삼각형 ABC는 아래 첫 번째 그림처럼 원에 접하게 되고, B에서 빗변 AC까지의 거리가 최대가 되는 것은 아래 두 번째 그림처럼 원의 반지름 5일 때입니다. 따라서 점 B에서 AC까지의 거리는 5를 넘지 않아야 합니다. 문제의 조건에서 B에서 AC까지의 거리가 6이었기 때문에 그런 삼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것입니다.

문제를 제시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는 주어진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하는 것만이 아닌,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가 왜 존재하는지, 올바로 정의되어 있는지, 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등의 기본적인 가정과 조건 등의 상황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뽑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단지 주어진 일을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이 아닌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며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사람을 찾았던 것이죠. 사실 이런 문제를 면접에서 바로 대답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주어진 문제를 그냥 열심히 푸는 것만이 아닌, 그 문제의 조건이 올바른지 기본적인 가정은 타당한지에 대하여 생각하라는 겁니다. 문제를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확인하며 생각하는 것이 비판적인 사고인데요, 이런 비판적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문제만을 열심히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의 조건이 올바른지 기본적인 가정은 타당한지 생각하는 것이죠. 



또 다른 악마의 기하학 문제 하나를 더 소개합니다. 


A와 C는 거리가 10만큼 떨어져 있고, B의 위치는 A에서 7만큼 C에서 3만큼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D가 A에서 출발하여 C로 가고 있습니다. D는 A에서 5만큼 왔고, C까지는 5만큼 남은 것입니다. 이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문제를 또 다른 ‘악마의 기하학 문제’라고 붙인 이유가 있습니다. 도형의 성질을 이용해서 뭔가 풀어야 될 것 같은 이 문제의 상황을 한번 천천히 살펴볼까요? 삼각형 ABC을 보면, AB의 길이는 7, BC의 길이는 3 그리고 AC의 길이는 10입니다. 삼각형의 기본 성질은 두 변의 길이의 합이 한 변의 길이보다 길어야 합니다. 그래야, 삼각형이 됩니다. 그런데, ABC의 길이의 관계를 보면 ABC는 삼각형을 이루지 못하는 겁니다. 주어진 정보에 의해 ABC의 위치를 파악해보면 ABC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B가 A와 C의 연결선 위에 있는 겁니다. 주어진 정보로 그림을 그리면 다음과 같이 그리는 것이 옳습니다. 따라서, D와 B는 같이 AC 선상에 있고, 2만큼 떨어져 있는 것입니다.


박종하

mathi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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