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의 언어로 내가 하는 일을 표현해보자
“창의성이란 자전거 타기다.”
창의성에 관한 워크숍을 진행할 때, “창의성이란 ____________이다”라는 형식으로 자신의 정의를 만드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분이 제시한 것입니다. 창의성은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말이나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시도해보면서 익히는 것이라는 거죠. 자전거를 타다 보면 때로는 넘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만 하면 절대 자전거를 즐길 수 없죠. 확실한 성공을 보장받으려는 생각보다는 넘어질 수도 있지만, 걸어가는 것보다 훨씬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도전적인 시도를 하는 것이 창의성이라는 겁니다. 매우 적절하고 인사이트가 있는 정의죠.
사전적인 정의가 있고, 개인적인 정의가 있습니다. 사전적인 정의는 연구를 하는 분들이 주로 대상을 설명하는 것인데, “창의성이란 새롭고 적절한 것을 산출하는 것이다”와 같은 것입니다. 사전적 정의도 내가 고민하는 것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일반적으로는 너무 뻔한 내용들입니다. 그래서 그것보다는 자신의 생각으로 어떤 정의를 만들어보면 좋습니다. “A는 _______이다”와 같은 정의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그것을 추상화하고 단순화하며 뭔가 핵심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통찰을 만들기도 하죠.
1980년대에 이건희 회장께서 신라호텔의 임원에게 “호텔업의 본질이 무엇이라 생각합니까?”라고 물으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호텔 사업은 ______________이다”의 빈칸 채우기를 한번 해보자는 말씀이신 거죠. 호텔 사업에 대해 나름대로의 핵심과 통찰을 한번 찾아보자는 의도셨겠죠. 당시 그 임원분은 서비스업이라고 대답했는데, 이건희 회장께서 좀 더 생각해보라고 하셨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께서는 “호텔 사업은 장치산업이다”는 생각을 전하셨다고 합니다. 개인이 누릴 수 없는 좋은 장치를 기업에서 자본을 들여 해놓고 사람들이 일정부분의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게 하는 것이 호텔 사업의 본질이라는 거죠. 요즘 대형 카페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어떤 카페는 옛날 방직공장을 그냥 카페로 만들어서 정말 큰 규모가 주는 압도적인 임팩트가 있더군요. 어떤 카페는 웬만한 공원보다 큰 규모로 사람들을 끌고, 어떤 카페는 큰 식물원에 와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어떤 카페는 수족관을 구경하는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카페가 그냥 커피 한잔 마시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는 호텔 사업은 장치산업이라는 이건희 회장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요즘은 카페가 장치산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개인이 누리기 힘든 큰 장치를 자본을 들여 설치하고 그것을 사람들이 이용하게 하는 거죠.
어떤 것에 대한 정의는 일반적으로 개념적 정의와 조작적 정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핵심적인 개념을 파악하는 것을 개념적 정의라고 하면 그것을 측정가능하고 활용 가능하게 표현하는 것이 조작적 정의입니다. 사전에 있는 정의보다는 개인적인 정의를 만들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강력한 힘을 갖는 것이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개인적인 정의도 개념적 정의와 조작적 정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을 명사형 정의와 동사형 정의라고 부릅니다. 어떤 것에 대한 핵심적인 본질을 찾는 것을 명사형 정의라고 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하게 하는 정의를 동사형 정의라고 합니다.
가령, “시계는 ______이다”라는 빈칸 채우기로 생각해볼까요? 옛날에 시계는 정밀기계였습니다. “100년에 2초 틀립니다”라고 광고했던 스위스 시계는 정밀해서 유명했죠. 1980년대를 넘어오면서 일본의 전자산업이 발달하면서 시계는 전자제품이 되었습니다. 2000년대를 넘어오면서 스와치 같은 회사는 시계를 패션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죠. “시계는 정밀기계제품이다.” “시계는 전자제품이다.” “시계는 패션아이템이다.” 이렇게 시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사람들이 시계 산업을 장악했는데, 그런 정의를 핵심과 본질을 찾는 명사형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의성에 대한 가장 유명한 정의 중 하나는 “창의성이란 단지 연결하는 것이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명언입니다. 그는 창의성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A와 B을 연결하는 것이다라고 명쾌하게 말했습니다. 창의성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정의는 “창의성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가?”와 연결되는데요, 이것이 동사형 정의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TV로 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 권투는 매우 인기 있는 컨텐츠였는데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고 떠벌렸던 무하마드 알리는 지금까지 최고의 선수입니다. 알리를 보면서 사람들은 “권투는 발로 하는 거야”라는 말을 합니다. 발을 빨리 움직이며 몸의 스피드를 높이는 것이 권투의 핵심이라는 거죠. “권투는 ______이다”는 빈칸 채우기를 “권투는 발로 하는 것이다”와 같이 정의하는 것이 동사형 정의인 것이죠. 한번은 이것을 “권투는 말로 하는 것이다”로 잘못 듣기도 했는데, 무하마드 알리의 경우에는 권투를 말로 하는 것이라고 해도 매우 적절하게 설명이 되더군요. 그는 “내일 5회에 KO 시키겠습니다”라고 떠벌리기도 하고 실제 시합 중에 상대에게 계속 “주먹이 이것밖에 안돼?”라고 떠벌렸다고 하더군요. 심리전을 벌인 거죠. 실제로 그의 심리전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보다는 내 생각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일에 일반적인 사전적 정의만이 아닌 나만의 정의를 한번 만들어보세요. 핵심을 파악하는 명사형 정의와 실행력을 높여주는 동사형 정의를 모두 만들어보면 좋습니다. 성실함에 대한 개인적인 정의를 만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성실함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정성스럽고 참되다는 것입니다. 뭔가 열심히 하는 것이 성실한 것이죠. 그런데 성실에 대한 저의 개인적 정의는 게으르지 않는 것입니다. 게으른 것이란 주어진 일만 하는 것, 시간만 때우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음 편한 것만 하고 쉬운 것만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게으른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게으르지 않은 것이 성실함이라면, 성실하다는 것은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아서 뭔가를 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시각만 편하게 갖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성실하다는 것은 마음 편한 것, 쉬운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도전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사전적 정의가 아닌 개인적 정의를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더 큰 성실함을 요구합니다. 한번에 만들어지지도 않고, 때로는 처음에는 좋다고 생각한 개인적 정의가 별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죠. 하지만, 계속 더 좋은 개인적 정의를 성실하게 많이 만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정의를 만들어보면 내 생각으로 만들어진 생각을 더 잘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이니까요.
박종하
mathia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