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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블링 Aug 22. 2022

집수학 '하면 되는 거' 맞나요?

좌절 금지 

입시 준비, 임용 준비 시절. 

내 책상이나 다이어리에는 늘 '하면 된다!'라는 포스트 잇이 붙어 있었다.

정말 고리타분하고 썩 힘이 되지 않는 말이지만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험의 결과들은 '하면 된다'라는 내 믿음과는 달리 '한다고 다 될까?'라는 의문만 더해주곤 했다.

지나고 보면 물론 '된 것'도 많지만 인생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여러 시험을 쳐 나가며 알게된 진리였다.


평일 저녁 7시. 

초등 아들 둘을 포함한 온 가족이 수학공부를 한다.

습관을 들여주기 위해서 시작했는데, 습관이 만들어 지는 순기능과 동시에 '나'를 내려놓는 '역기능'도 있음을 매일 깨닫는다. 2년이 다되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는 좀 적응이 되었나 싶다가도 그들의 갑작스런 난장질(?)에 직면할 때면 과거 온 몸으로 터득한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라는 것과 같은 종류인 '우리가 이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정말 아이들이 수학을 잘 하게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공부를 많이 하면 공부가 늘고
운동을 많이 하면 운동이 늘고
요리를 많이 하면 요리가 느는 것처럼
 
무언가를 하면 할수록 늘게 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더 이상 걱정이 늘지 않게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중에서
                                                                                    

상사에게 신나게 깨지는 와중에 그의 삐져나온 콧털에 속으로 웃고 있는다든지, 고등학교 시절 고전문학에 대해 침튀기며 설명하는 선생님의 신체 비율을 재고 있는다든지.

화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렇게 따뜻하게 작가가 위로하는 타이밍에 그가 강조하는'걱정' 대신, '공부'라는 글자만 크게 보이는 건. 



'하면 된다' 와 '하면 는다'는 한 글자 차이인데,  마음에 와닿는 정도는 한 챕터의 글 이상이다.

'하면 된다'가 이루어질 확률이 시험에 따라 10%도 안된다면 '하면 는다'가 이루어질 확률은 항상 100%다. 했다가 안됐을 때 감당해야 하는 정신적인 충격과, 해서 안됐지만 해서 조금은 늘게 된 자신의 실력을 보면서 얻는 위안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후자를 택하는 것이 맞다.


오늘 30분 공부가 재이 형제의 수학1등급을 보장해 주지는 않겠지만,

어제 10분 동안 잡고 늘어졌던 문제를 오늘은 9분 50초만에 해결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사실이다.


'소소하게 느는 실력', 즉 '하면 는다'는 사실은 '하고 있음'이 주는 묘한 안도감이자 내일도 책을 펼 수 있게 만드는 힘!


평일 7시 우리집 수학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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