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점수를 두고, 어떤 부모는 지우고 어떤 부모는 세운다
“우리 애가 안 해서 그렇죠.”
vs
“안 다녀도 이 점수는 나와요.”
두 말 모두 비슷한 순간에 나옵니다.
기대한 만큼 결과가 오르지 않았을 때.
아이의 점수가 아쉬울 때.
학원을 다니고도 변화가 없어 보일 때.
그런데 저는,
이 두 문장에서 전혀 다른 ‘시선’을 느낍니다.
“안 다녀도 이 점수는 나와요.”
그 말은 지금까지의 시간을 지우는 말처럼 들립니다.
문제집을 푼 시간, 수업을 들은 시간,
아이의 시행착오, 다시 해보려던 작은 시도들까지
마치 아무 의미 없었던 것처럼 만들어버립니다.
그 말이 아이에게까지 들렸을 때,
그 아이는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요?
‘난 그동안 괜히 했나?’
‘내가 한 건 아무 의미 없었나?’
‘나는 결국 못하는 아인가?’
그 말은 아이가 해온 걸 지우고,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도 흐리게 만듭니다.
“우리 애가 안 해서 그렇죠.”
이 말은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지금 부족한 걸 인정하고,
그걸 함께 넘을 방법을 찾고자 하는
열린 태도가 느껴집니다.
아이에게도 이렇게 들릴 수 있죠.
‘엄마가 내 편이구나.’
‘지금은 부족하지만, 함께 바꿔보려고 하는구나.’
그 말은 출발선이 되어줍니다.
같은 점수를 두고
어떤 부모는 지우고,
어떤 부모는 세우려 합니다.
결국,
점수보다 오래 남는 건
그 점수를 바라보는 말 한마디입니다.
아이 옆에 오래 남을 말이
“그동안 뭐 했니?”가 아니라,
“다시 해보자”였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이
아이에게 힘이 되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작은 바람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