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일찍 온 아이에게서 배운 것

불안을 덜기 위한 공부와 결과를 바꾸는 공부의 차이

by 심원장

예비고1 학생이 있었다.
기말시험을 앞두고 조심스레 물었다.

“선생님, 수업보다 1시간 일찍 와서 공부해도 될까요?”

그 마음이 기특해 흔쾌히 허락했다.
그런데 막상 일찍 와서는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니고,
책상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첫마디는 늘 같았다.

“힘들어요…”

본인이 원해서 온 시간인데,
정작 와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불안만 품고 있는 모습이었다.

며칠 뒤, 나는 조용히 물었다.

“근데… 왜 1시간 일찍 오려고 한 거야?”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성적 떨어질 것 같아서요.”

그 말에서 나는 느꼈다.
이 아이에게 ‘1시간 일찍 오기’는
공부가 아니라, 막연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행동의 모양이었던 것이다.
행동의 모양은 있었지만, 공부의 방향은 없었다.


부모님들도 종종 말씀하신다.

“우리 애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나왔어요.”
“불쌍해요, 노력은 진짜 많이 했거든요.”

나 역시 예전에는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학원을 오래 운영하며 알게 되었다.

결과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 노력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쉬운 문제만 반복해서 푸는 노력
학원 스카에 ‘앉아 있기’만 하는 노력
답을 보며 숙제를 채우는 노력
본인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공부 흉내

이런 노력은 시간을 채워도, 성적을 움직이지 못한다.

성과를 만드는 건
노력의 양이 아니라 양질의 노력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있었냐”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무엇이 달라졌냐”이다.


기말시험을 앞두고, 다시 다짐한다.

멍하니 흐르는 1시간이 아니라,
사고가 자라고 이해가 깊어지는 1시간을 만들어주는 학원.
불안을 줄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결과를 바꾸는 공부로 나아가게 돕는 학원.

아이들이 그 차이를 스스로 느끼도록,
오늘도 옆에서 천천히 길을 함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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