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레짐작이 하나 사라진 날
어제 용인에 눈이 내렸다.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나에게는
뛰지 않아도 될 이유가 충분한 날이었다.
길은 미끄러울 것 같았고,
제설은 덜 됐을 것 같았고,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래도 요즘 스스로와 한 약속이 하나 있어서
그냥 나갔다.
아무 생각 없이 러닝화를 신고 문을 열었다.
막상 뛰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길도 있었고,
정말 조심해야 할 구간도 있었다.
제설이 잘 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눈에 보이듯 구분됐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안 나갔다면
이걸 알 수 있었을까.
지난번 눈이 많이 왔던 날도
사실은 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건 이제 알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우리는 종종
‘아마 안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많은 걸 시작도 하지 않는다.
그 생각이 틀렸는지 맞았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로.
미끄러우면 속도를 줄이면 되고,
위험하면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아예 나가지 않으면
길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