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대동문 하이킹
날씨 맑음인 날이다. 맑은 하늘 아래 구름은 봄바람 타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있다. 봄나들이라도 가는 모양이다. 모처럼 산행 지기 정기님에게서 산행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정기님은 퇴직 전에 100대 전국 명산을 완등 했고 퇴직 후에도 일 년에 산행을 200회 넘게 다니는 산행대장이다.
"저야 좋지요." 산행하자는 정기님에게 즉각 대답했다. 솔밭공원에서 만나 북한산 4.19 민주 묘지 둘레길을 들머리로 대동문을 거쳐 우이동 입구로 하산하는 산행이다.
4.19 민주묘지 뒤편 둘레길을 걸어 아카데미 탐방 지원센터로 들어섰다. 초입부터 완만한 오름길이다. 산은 올라가는 맛이다. 오르막이 시작하는 지점부터 두 다리의 근육세포들은 긴장한다. 주인의 몸을 안정적으로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폐세포들은 코로 들어오는 산소를 혈액 속으로 보내고 이산화탄소를 재빨리 토해낸다. 심장은 좀 더 강하게 혈액을 뿜어 양 발바닥까지 돌아오는 속도를 높인다.
헉헉 숨차다. 앞에 가는 정기 님은 내가 잘 따라오는지 간혹 뒤돌아 확인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가다를 반복한다.
"물 한 모금 먹고 가지요?" 한 시간 가까이 오름세를 탔더니 목이 탔다. 능선으로 올라타야 한숨 돌릴 것 같다. 그나마 구천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기에 눈과 귀는 즐거웠다.
매일 오후에 산행하는 즐거울 락으로 퇴임 이후의 삶을 선택하신 정기 님의 걸음은 말을 탄 듯 가벼워 보인다. 오랜 산행으로 단련된 걸음이라 그를 바짝 뒤쫓아 가다가는 체력이 금세 바닥난다. 등산에서는 체력 안배도 중요하다. 권장하는 기준은 자신의 체력을 100으로 놓으면 오를 때 40, 내려올 때 30, 비상용 30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올라갈 때 절반 이상을 소모하다가는 내려올 때 부상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파른 바윗길은 나무테크로드를 설치해 한 걸음씩 올라갈 수 있었다. 들숨에 한걸음 날숨에 한걸음 깊게 호흡하며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대동문 성곽이 보인다.
앞에서 "땀 좀 나지?" 하신다.
"그러게요. 산은 산이네요." 살짝 달아오른 얼굴을 들고 대답했다.
등산을 인생살이에 비유하곤 한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도 있고 내리막이었다가도 오르막이 시작하니 절대 부정적인 마음을 먹지 말라는 경계의 말일 것이다. 산은 올라가는 힘듦을 견뎌야 정상에서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내려올 때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긴장을 풀고 내려오다 보면 발을 헛디뎌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도 그렇지 아니한가. 잘 풀리다가도 한순간 무너지는 사람도 있고 바닥을 헤매다가도 어느 순간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사람도 있지 아니한가 말이다. 백 세 인생이라 하더라도 나도 이제 내리막길로 접어든 나이다. 자기 관리와 주변 정리가 더욱 요구되는 구간이다. 늘그막에 꼰대라는 소리만 들을 순 없지 않은가.
'쉰'세대에서 'ㅜ'만 떼어내면 '신'세대가 된다. 'ㅜ'에 해당하는 단어 중에 '우매함'이 떠오른다. 나이 먹어 어리석고 사리에 어둡다면 꼰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신사답게 나이 들어 늙고 싶다. 순리에 순응하는 겸허한 마음의 소유자로 늙어갔으면 좋겠다. 뜻대로 될지 모르지만 노력이라도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