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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초이 Apr 04. 2022

난 이렇게 여행을 다닌다.

친구들과의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주말 동안 친구들과 글램핑을 하기 위해 서울을 떠났다. 목적지는 계룡산 글램핑 동월숲이다. 대전역까지 새마을호 기차를 이용했고 친구 종필이가 픽업하기로 한 현충원역까진 대전 전철을 탔다. 대전까지 새마을호는 KTX보다 한 시간 늦지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나를 포함해 여섯 명이 친구가 된 것은 스무 살 때였다. 난 청주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녔다. 청주는 제2 고향 같은 도시다. 대학교 1학년 스무 살에 만난 인연이 38년간 이어졌다. 풋풋한 새내기가 어느덧 흰머리를 감추려 애쓰는 장년이 되었다. 세월의 무상함보다는 관조하는 즐거움을 아는 마음도 가진.


"저기 보이는 봉우리가 장군봉이여. 군인들 중에 별 달고 싶은 사람은 한 번씩 올라간다는 속설이 있어" 이곳 지리를 잘 아는 친구 심수가 캠핑장 관리실 뒤편으로 보이는 봉우리를 가리키며 소문을 전한다. 말을 듣고 보니 계룡산 정기가 깃들어 있는 듯 우뚝 솟은 모양새다. 나에게도 오늘 밤 계룡산 정기가 스며들기를.


다들 살아남은 거 축하햐.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 한 번씩 코로나도 걸려봐야 세상 고마운 줄 아는겨. 요즘은 코로나 안 걸리면 사회생활을 어트게 하길래 그려 한댜. 코로나 안 걸리면 비사회적 인겨. ㅋㅋ 잠들어 있던 충청도 사투리 언어들이 깨어나 장작불과 함께 활활 타올랐다.


장작 불멍을 즐기고 있는데 젊은 이웃이 우리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고, 자기들도 오랫동안 친구로 지낼 수 있을까 이야기했다며 덕담을 건네온다.


4월 초 산 아래 텐트 안은 서늘했다. 바닥은 전기장판으로 절절 끓을 정도로 뜨거웠지만 코로 들어오는 공기는 차가웠다. 온풍기를 작동했지만 텐트 안으로 스며드는 찬 기운을 막아내기엔 부족했다. 다들 잠을 설친 상태로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나이 들어 캠핑은 이번만 하기로.


뱃속에 뜨거운 국물이라도 넣어줘야 살 것 같다는 다수의 의견으로 순대 국밥을 먹기로 했다. 맛집으로 소문난 '오문창 순대국밥'집에서 순대국밥과 순대, 미니족발로 쓰린 속을 달래주었다. 맛있지? 맛있~네.


맛있는 아침을 먹었으니 전신운동과 두뇌 플레이를 함께 할 수 있는 당구장을 찾아갔다. 4구 당구는 스무 살에 입문하여 그때의 실력 그대로 지금껏 써먹고 있다. 다들 그대로인 게 신기하다. 세 시간 넘게 여섯 명이 사지 육신을 놀리고 안 쓰던 머리까지 심하게 썼다. 운동효과가 나야 할 텐데.


점심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대전에서 칼국수로 유명한 '오씨칼국수'집이다. 출입문 위에 은행 창구에서나 볼 수 있는 디지털 숫자판이 보였다. 딩동 알림음이 울리고 우리 번호가 떴다. 테이블당 칼국수 2인분, 해물파전 하나를 주문했다. 세 명씩 두 테이블로 나눠 앉았다. 칼국수 국물은 물총 조개가 들어있어서인지 시원하고 남아있던 술기운을 말끔히 뽑아냈다. 면발도 밀가루 냄새 없이 부드럽게 입안에서 씹혔다. 간혹 해감이 덜 된 물총 조개에서 뻘이 씹히는 느낌이었지만 시원한 국물 맛으로 용서하였다. 해물파전은 기름기가 적고 방금 지져낸 느낌 있게 담백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여러 친구와 우정을 나눈다. 첫 번째 친구와 우정을 나누면서 그 친구의 성품을 배운다. 두 번째 친구와 우정을 나누면서 그 친구의 지식을 배운다. 세 번째 친구와 우정을 나누면서 그 친구의 굳건한 의지를 배운다. 네 번째 친구와는 형제와 같은 정을 나누고, 다섯 번째 친구와는 부모와 같은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친구에게서 또 다른 무엇을 배우며 우정을 나눈다.

#모든 삶은 서툴다#중에서



우리는 여섯 명이서 우정을 나누고 선한 인성을 공유한다.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장점들을 찾아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것들로 또 다른 지인들과 교류한다. 교류하는 지인들에게 나쁜 놈이라고 배척당하거나 무시당하지 않는 이유는 장점 많은 친구들을 사귄 덕분이다. 우정은 사랑보다 뜨겁지 않으나 데일 염려 없는 뜨뜻한 아랫목과 같다. 우정은 빨리 끓어오른 사랑처럼 열정적이진 않지만 따뜻한 온수에 몸을 담갔을 때의 안온함을 느끼게 한다.


친구들과 주말을 즐겁게 보냈다. 즐거운 마음은 낙관주의자로 만든다.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기분이 좋으면 얼굴 표정도 달라진다. 얼굴 표정이 웃는 상이면 친근해 보인다. 속 마음이 즐거워야 겉 표정이 살가워진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인데도 그 당연함을 놓치며 살고 있지 않은지 한 번쯤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 나를 즐겁게 하는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한결같은 친구의 친절에 언제나 고맙고 행복하다. 좋은 일만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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