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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초이 Aug 25. 2022

일상의 행복을 되찾다

코로나를 벗어나다

지난주 목요일 아내와 딸의 코로나 확진은 일상의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저녁 퇴근 무렵 '정시퇴근인가요?'묻던 아내의 문자를 받지 못했다. 딸에게 저녁에   해야지 하던 나의 술친구 요청도 일시중지다. 아내와 딸이 한방에서 생활하다 보니 전반적인 가정일이  몫이 되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내가 무엇을 감당했다고 내세울 것은 없다.


지난 일주일의 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삶도 행복이라는 것이다.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는 인생이라고 투덜댈 일이 아니다. 둥근 바퀴는 평탄한길, 진흙탕길, 너덜길이라도 구를 수 있다.


그러나 바큇살이 하나라도, 빠질 듯 흔들리거나 또는 빠져나가버렸다면 굴러가기 힘들다. 흔들리는 바큇살을 조여 고정시켜야 한다. 빠져버린 바큇살 자리는 남아있던 바큇살로 자리배정을 다시 정해 고정시켜야 한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손질하다가 포기할 수도 있다.


코로나 대응지침이 변경되어 동거가족이라도 음성이면 수동 감시자가 된다. 음성이면 정상출근이고 일주일 후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아내와 딸은 코로나 병증이 목감기 수준 정도로 순조롭게 지나갔다. 더불어 나도 이상증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주일 후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다.


코로나 증상 악화로 병원 응급진료를 받는다거나 양성 환자 동거가족이란 이유로 응급진료를 거부당했다는, 뉴스와 같은 일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났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재택치료로 끝나니 감사할 일이다.


서울경제신문은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이 강할수록 코로나19 예방력이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뉴스를 읽고 나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환절기에 특히 취약했다. 매년 4월경이면 며칠씩 결석을 했었다. 고학년이 되면서 결석은 하지 않았지만 비실비실 약한  상태였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너무  세월이다.


가까운 과거에 심한 감기로 앓던 기억은 서른 살 때다. 그때까지 흡연자였던 난 1995년 1월경에 덜컥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일주일 동안 입맛을 잃고 기운 없이 병든 병아리 신세였다. 당연히 담배를 피울 수도 없었다. 아픈 와중에 몸이 이렇게 된 것이 담배를 끊으라는 신의 계시인가 보다 생각한 것이다. 그 바람에 담배를 끊게 되었다. 그 이후로 그때만큼 아프게 감기를 앓았던 기억이 없다. 코로나19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이유를 찾는다면 그때의 면역 때문이라 하겠다. 이러다가 걸리면 달리 할 말이 없게 되겠지만, 내 유전자 일부를 타고난 딸의 증후는 아내보다 덜하다고 하니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아내와 딸의 코로나가 누구로부터 전파됐는지 어림짐작 해보았다. 아내의 계곡 나들이 때 함께한 친구들이라고 추정하지만, 그날 이후로 코로나 양성은 아내뿐이라는 결과로 혐의를 씌울 수 없다. 딸이 다니는 교육기관일 수 있지만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 모르게 코로나바이러스가 침투한 것으로 단정하고 말았다. 속 편한 결정이다.


어찌 보면 그만큼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상황인지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경로로 침입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90% 이상 예방할 수 있다지만 나머지 확률로 전염될 수 있는 법이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도 바이러스는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침입한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도 결국 인간의 몸에서 사멸한다. 잘 먹고 잘 쉬고 꾸준히 운동하고, 몸과 정신을 좋은 느낌으로 유지한다면 면역기능은 향상되리라.


다시 반복된 일상이 계속된다. 단조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얼큰한 안줏거리를 아내에게 만들어달라고 해야겠다. 딸에겐 다른 약속 없으면 나랑 소주   하자고 문자를 날리자. 이번 휴일엔 나들이라도 나갈까.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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