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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초이 Aug 18. 2022

반갑지 않은 손님의 방문

마침내 코로나

영화 헤어질 결심의 서래의 한마디가 생각난다. "마침내" 우리 집에도 코로나가 손님으로 찾아왔다. 이삼일 전부터 아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내는 일요일인 8 14 북한산 계곡으로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고 왔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계곡 산장에서 닭볶음탕, 백숙 요리를 먹고 커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별다른 이상은 없다가 저녁이 되면서 목이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그다음 날  아픔이 심상치 않다고 하기에 자가 키트를 건넸다. 음성인식이라 차가운 계곡에서 오래 있다 보니 목감기가  것으로 자가 진단을 내렸다.


수요일 저녁이 되자 딸의 목소리가  잠겨버렸다. 딸도 자가 키트를 실시했지만 역시 음성인식이다. 엄마에게 목감기가 전염됐나 보다. 에어컨을 장시간 켜놓더니 냉방병이 왔나 보다. 등등 자가 키트를 믿고 이런저런 원인들을 생각해 냈다. 약국에서 목감기약을 구입해 먹고 견뎌보자고 결정했다. 아내는 하루 먼저 약을 먹었지만 나아지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내와 딸의 증상이 요즘 코로나 확진자들의 병증과 같다는 생각에, 오늘 아침 딸에게 병원을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초안산 야외 골프연습장에서 오래간만에 골프채를 휘둘렀다. 몸이 기억해야 하는 운동이기에 까먹지 않도록 하는 차원이다.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와있다. 카톡 알림 미리보기에서 딸이 양성이라는 문자가 보인다. 딸에게 전화를 하니  잠긴 목소리로 "양성이야" 한다. "엄마도 빨리 가서 검사해 보라고 . 나도 검사받아야겠다."


딸은 목만 아프고 열은 없다고 한다. 잠시  아내도 양성이라고 카톡으로 알려온다. 휴가 중인 아들도 검사받아보라고 병원으로 보냈다.   상태를 살폈다. 평상시와 다른 점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어제와 다른 이상 소견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히도 아들이 음성이란다. 나도 음성일 것을 예상하고 바른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의 검사하는 방법이 집에서 우리가 키트 검사하는 것과 차이가 있었다. 콧속 깊숙하게 면봉을 집어넣는다. 작은 플래시를 비추며 면봉을 찔러 눈물이 찔끔 났다. 자가 키트 사할 때보다  깊숙하게 집어넣는  같다. 앞으로 자가 키트로 검사할  눈물이  때까지 면봉을 쑤셔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의사 선생님이 호명하시기에 앞으로 갔더니  검사를 하게 됐는지 물으신다. 아내와 딸이 양성이라 했습니다. 아들은 음성이네요 이유를 댔다. 별다른 이상 증세는 없는지 추가로 물으시면서 동거가족이니 지켜보세요 한다. 간호사님도 이삼일  상태를 보시고 이상하시면 다시 한번 검사해 보세요 한다. 별다른 이상은 아직 없네요. 네네.


아내와 딸은 바이러스가 최고로 많은 상태에 도달했나 보다. 이틀 정도 넷이서 밥도 먹고 거실에서 같이 앉아 얘기도 나눴는데 아들과 나만 음성인 것이다. 혹시  몸속에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있다. 가만히 잠복해 있다가 가장 취약한 부위를 공격해올지 모른다.


한편으론  식구가  번에 끝낼 기회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누구도 피해   없는 코로나라면 식구가 걸릴  함께 걸려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아내와 딸은 안방에서 칩거 생활을 시작했다. 화장실이 두 개라 공간 접촉은 최소화할 수 있다. 앞으로 일주일간 아내와 딸이 먹을 음식은 나와 아들이 포장해와야 하리라. 아내는 폐가 약한데 심한 기침 없이 조금만 아프고 지나가길 빈다. 딸은 어떠냐고 물으면 목만 좀 아파 어젯밤 오한이 들기도 했는데 괜찮다고 안심시킨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인간계 침공 시대인 것만 같다. 빌 게이츠는 20년 안에 또 다른 팬데믹이 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조심스럽게 50% 확률로 이야기하지만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 경험으로 추정한다면 확률은 더없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 중 하나가 호모 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 팬데믹을 이겨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연속적인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돌연변이, 신인류가 태어나는 것은 아닌지, 사피엔스 종들은 절멸하게 될지 모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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