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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Oct 21. 2022

조직문화와 직원 경험 - 3

직원 경험을 결정짓는 요소들

직원 경험은 직원이 조직 내에서 일을 하며 겪고 느끼는 모든 것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보고 느끼는 것들 뿐 아니라, 리더 또는 동료들과 대화를 하고 조직이 정해 놓은 프로세스에 따라 일을 하며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들도 모두 포함한다. 직원 경험은 조직 내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에 영향을 받으며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악화되어 갈 수도 있다. 


직원 경험을 결정짓는 요소를 3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해보자면 '문화적 요소', '기술적 요소', '공간적 요소'로 나누어볼 수 있다. 조직문화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많은 리더 및 직원 분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면서 느낀 것은 대부분 '조직문화 또는 직원 경험'을 이야기할 때, 위 3가지 요소 중 '문화적 요소'만 생각을 하고 기술적 요소 및 공간적 요소에 대한 생각은 많이 못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근무환경의 유연성과 기술의 발달,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져가는 현재에는 오히려 문화적 요소보다 기술적, 공간적 요소가 조직문화와 직원 경험을 결정짓는 데 과거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Jacob Morgan의 직원 경험 방정식(출처 : https://thefutureorganization.com/)


Jacob Morgan은 그의 저서 "The Employee Experience Advantage'에서 직원 경험 방정식을 소개하며, 문화적 요소, 기술적 요소, 공간적 요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문화적 요소>
C : Company(긍정적인 회사 평판)
E : Everyone(모든 이를 소중히 함)
L : Legitimate(정당한 목적의식)
E : Employee(직원들이 자신을 팀의 일원으로 느낌)
B : Believe(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믿음)
R : Referrals(직원들의 채용 추천)
A : Ability(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며, 이를 위한 자원을 제공 받음)
T : Treats(공정한 대우)
E : Executives(코치와 멘토 역할을 하는 관리자와 경영진)
D : Dedicated(직원 건강과 웰빙 챙기기)

<기술적 요소> 
A : All(모든 직원의 사용 가능성)
C : Consumer(소비자 맞춤형 기술)
E : Employee(직원 요구 vs 조직 요구)

<공간적 요소>
C : Chooses(친구나 방문객을 회사에 초대하기)
O : Offer(유연성 제공하기)
O : Organization(조직의 핵심 가치 반영하기)
L : Leverages(다양한 업무 공간 활용하기)


제이콥 모건이 이야기하는 직원 경험 방정식의 세 가지 요소 중 '문화적 요소'와 관련한 내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숙하게 느끼고 있을 내용들이라 이 글에서는 기술적, 공간적 요소에 관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조직의 기술은 직원이 PC를 켜면서부터 종료할 때까지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일반적인 사무직에 종사하는 직원의 경우, 출근하여 사무실에 앉아 PC를 켜면서부터 퇴근하기 위해 PC를 종료하기 전까지 모든 업무의 경험을 조직에서 제공하는 전산 환경의 프로세스를 경험하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즉 직원들은 우리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가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인지, 일하는 환경의 개선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지, 직원들의 Pain Point에 관심을 가지고 편의성을 강화해 나아가는지를 본인들이 사용하는 전산 환경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객 경험' 증진을 위해 고객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를 그려가며 고객이 경험하는 App이나 Web의 개선에는 온갖 힘을 쏟는 반면, '직원 경험' 증진을 위한 개선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수준으로만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에게 서비스되는 웹페이지 화면 예시(출처 : 크몽, https://kmong.com/)


사내 전산 환경 예시 (출처 : https://blog.daum.net/piel2000/36, 상기 예시인 크몽과 관련 없는 예시임)


위의 두 가지의 화면을 살펴보자. 위의 이미지는 고객에게 서비스되는 웹페이지이며, 아래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내 인트라넷 전산 환경이다(두 가지 이미지는 서로 관련이 없음을 유의 바란다). 고객에게 서비스되는 화면은 최대한 예쁘게 디자인하고, User의 편의성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개선해 나아가는 반면, 직원들이 사용하는 전산 환경은 10년~20년째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하지만, 내부에서 직원들이 사용하고 경험하는 환경이 20여 년 전의 환경과 동일하다면,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혁신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직원들 스스로도 무의식적으로 이런 Old 한 디자인과 프로세스에 하루의 대부분을 사용하며 익숙해져 갈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전산환경을 경험하는 직원들의 경험과 사고는 결국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ATM기기 (출처 : Pixabay)


고객 경험과 관련한 사례이긴 하지만, 과거에 디자인과 관련한 유명한 연구 사례가 하나 있다. 일본의 심리학자들이 약 20여 년 전에 ATM기기 2대를 가지고, 2대 모두 들어가는 메뉴, 버튼, 기능 등은 모두 동일하게 세팅하고, 오직 디자인(색상, 배치 등)만을 한 가지는 예쁘게, 하나는 투박하게 구성하여 고객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실험해본 것이다. 그 결과 단순히 예쁘게 디자인한 ATM기기를 사용한 고객들의 사용 편의성이 그렇지 않은 ATM기기의 사용 편의성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며 좋았던 것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사이에서도 이와 유사한 연구가 있었으며, 그 연구 결과에서는 일본에서 있었던 연구에서보다 더 확연한 통계학적 결과의 차이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보기 좋은 것이 쓰기도 좋다.(Attractive things work better)'라는 개념이 유행하기 시작하였으며, 디자인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참고 : Emotion & Design - Attractive Things Work Better, Donald Arthur Norman, July 2002)


위 연구의 결과는, 사람들은 예쁜 것을 보았을 때, 다양성과 포용성이 강화되고,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한 사고의 폭이 넓어지게 되어 예쁘지 않은 것을 보았을 때보다 더 강한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직원들이 일을 하며 하루 종일 쳐다보는 화면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다. 예쁜 화면을 보며 일을 하는 직원과 고리타분해 보이는 화면을 보며 일하는 직원의 Output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기업들이 직원들의 전산환경(단순히 예쁜 화면뿐 아니라 전산환경에 담겨있는 업무의 프로세스도 마찬가지이다.) 개선에 대한 부분을 '고객 경험'에 쏟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전산환경이 20여 년 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그들의 경험과 사고의 확장성 역시 그 당시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공간은 모니터 화면 밖에서 직원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이다.

직원들이 예쁜 것을 보며 일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모니터 화면 안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모니터 밖으로 눈을 돌려 바라보는 공간의 구성, 앉는 의자, 책상의 구조와 배치, 파티션의 높이, 부대시설의 종류, 사용하는 디바이스 인프라 등 모든 것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레이아웃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배치하였다면, 최근에는 각 팀 또는 직원이 수행하는 직무의 성격에 따라 공간의 구성을 따로 디자인하기도 하고, 조직의 핵심가치를 반영하여 자연스레 공간의 디자인에 녹여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디자인한 공간은 직원들 뿐 아니라 조직과 무관한 일반인이 보기에도 매력적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인 사무실 전경(출처 : 데일리한국)


트렌디한 사무공간(출처 : 경향신문)


기업이 내부적으로 아무리 혁신성, 유연성 등을 목소리 높여 외쳐도 직원들이 출근하여 눈으로 보는 공간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일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아니라면, 그런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로부터 혁신성과 유연성을 기대하기는(불가능하다기보다는 매력적인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앞의 글에서 "조직의 경영철학은 어떤 말로 그것을 포장하는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편성하고 사용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직의 경영철학에 있어 직원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면, 말로써 포장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실제로 직원들이 과거에 비해 발전된 기술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하고, 업무 수행 적합성과 조직의 핵심가치가 반영되면서도 매력적으로 디자인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대하고 조직구조와 인력 구성에도 힘을 실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공간의 변화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멈춰있기만 해서는 안된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조금씩 관련 예산의 규모를 늘려나가며, 직원들로 하여금 작은 변화의 경험을 조금씩 경험하도록 하여, "우리 조직이 직원들의 경험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원들은 실제로 조직에서 어떤 말을 공개적으로 하느냐 보다는, 조직구조와 인력 구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예산은 어느 곳에 중점을 두고 편성이 되는지, 경영진으로부터 내려오는 주요 지시사항들이 어떤 방향으로 집중되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지 등을 통해 '간접적인 신호 내지는 무언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런 직원 경험들이 누적되어 조직문화에 서서히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는 (문화적 환경뿐 아니라) 직원 경험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술적 환경'과 '공간적 환경'에도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의 역량을 집중해 주길 기대해 본다. 그런 기업이 많아질수록 직원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기술과 공간을 조직 내에서 경험하게 될 수 있고, 긍정적인 경험이 누적된 직원들은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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