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슨 Oct 21. 2022

수평적인 조직문화

수직적인 조직구조 안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란 어떤 의미인가

최근 조직문화와 관련된 키워드 중에 가장 핫한 키워드는 단연 '수평적인 조직문화'이지 않을까 싶다. 내부에서 조직문화진단을 하는 경우에도,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관련된 문항은 별도의 카테고리로 관리하고 해당 문항에 대한 결과만을 따로 추출하여 리포트에 반영하기도 한다.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로 대표되는 스타트업의 조직문화가 대외적으로 많이 홍보가 되고, 시장의 주요 인력 Pipe-line을 구성하는 MZ세대들은 이러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홍보하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매력을 느끼며 채용으로까지 이어지다 보니, 좋은 인재들을 스타트업 회사들에 빼앗기게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대기업들이 '우리도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보자' 와 같은 움직임이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Miricanvas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템플릿을 바탕으로 저자가 재디자인 한 이미지입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들은 많은 책과 아티클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론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실제 기업에서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로서 고민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3가지 정도 해볼까 한다. 


1. 수평적인 조직문화? 우리 회사의 지배구조는 수직적인데?

먼저 가장 처음 맞닥뜨리는 문제는 수직적인 지배구조(의사결정체계) 하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라는 것이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이다. 기업, 즉 조직은 최상위의 의사결정권자인 CEO부터 최하위의 말단 직원까지 굉장히 수직적이고 체계적인 hierarchy(하이라키, 계층구조) 형태로 되어 있다.


이런 지배구조 형태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여러사람이 모인 조직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 논의를 해서 의사결정을 해야할 때, 서로간의 의견이 달라 다툼이 발생할 때, 누군가에게는 의사결정권이 있어 최종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떡볶이를 팔아보자 하고, B라는 사람은 김밥을 팔아보자 하고, C라는 사람은 우동을 팔아보자고 할 때, 주어진 예산과 시간, 인력은 한정적이고 셋 중에 하나만을 반드시 택하여 사업을 진행해야 할 때, 누군가는 떡볶이, 김밥, 우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이 있어야, 의견이 다른 두 사람이 (개인의견은 다르지만) 최종의견을 받아들이고 같이 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직적이고 계층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조직이 숙명적으로 가지게 되는 특징이 바로 '관료주의'이다. 관료주의라는 개념은 상당히 올드해 보이고, 보수적이며 답답해 보이는 측면이 있는데,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인 막스 베버는 이런 관료주의 조직을 '가장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조직의 형태'라고 언급한 바 있고, 현 시대의 많은 기업이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 대부분의 기업 지배구조가 이런 형태를 띄는 것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일반적인 기업의 지배구조 형태 (출처 : Pixabay)


관료주의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크게 볼 수 있는 효과는 바로 '효율성'이다. 인력, 자본, 시간의 활용에 있어 철저한 관료주의 만큼 효율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치밀하게 짜여진 계층구조 하에서 최상위 의사결정권자의 지시에 따라 조직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이게 되고, 인력, 자본, 시간에 있어 비효율이 발생하는 부분이 발견되면 이를 최소화하여 어떻게든 최대한의 효율성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효율성 측면에서 이렇게 좋은 점이 있는데, 관료주의에 대한 이미지는 왜 안좋은걸까? 막스 베버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게 '효율성'이 최우선시 되는 관료주의 구조 안에서는 '인간의 자유는 제한되고 기계의 톱니바퀴(Cog in a machin)로 전락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관료주의 하에서는 토론과 논의과정이 길어질수록 업무 추진의 효율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은 최소화 되고, 의사결정권자의 지시에 전혀 동의하지 않아도 일단은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은 본인이 큰 조직의 톱니바퀴 내지는 부속품처럼 느껴질 위험이 있다. 


기존의 대기업에서는 이러한 관료주의의 맹점을 어떻게든 타개해 나아가고자, '수평적인 조직문화 확산' 이라는 기조 아래 토론하는 문화, 상호존중하는 문화, 칭찬과 배려하는 문화 등의 운동을 해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관료주의 구조라는 본질이 바뀌지 않고 남아있기 때문에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하는 데에는 많은 장애물이 발생한다. 


2. 스타트업은 되는데, 우리는 왜 안돼?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 우리나라는 유교사상이 뿌리깊게 내려앉아 있고, 장유유서라는 가치가 너무나 당연하게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잘 확산된다는 스타트업을 보면 CEO 등의 경영진과 말단의 직원간의 나이차가 실질적으로 얼마 나지 않는다. 적게는 3~5년, 많게는 10년 정도의 나이차가 날 것이다. 굳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아도, 직함만 경영진이고 실무자이지, 현실적으로 형동생, 언니동생 사이의 나이차이기 때문에 서로 편하게 말을 섞고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것이 별로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규모가 큰 대기업의 경우, CEO나 경영진은 거의 50대 후반~60대 중반이고, 일반직원들은 20대 후반~30대 후반, 40대 초반 정도이다. 최소 맨 위에서 맨 아래까지 20~30년 정도의 연령차가 발생한다. 아무리 수평적인 문화를 외친다고 해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을 '수평적'으로 대할 수가 없다. 게다가 지금의 50~60대 분들은 예전 베이비 부머 시대를 거쳐온 분들이고, 그 시대에 본인들께서 경험한 '조직의 문화'는 상명하복과 조직 우선주의를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시절을 살아오신 50대 후반~60대 중반의 '어르신들'과 MZ세대로 대표되는 20대 후반~30대 후반의 '젊은이들' 사이의 시대배경의 차이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보다 대기업에서의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더 어려운 이유가 과연 연령차 때문일까? 하고 의심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게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겠지만) 하지만 상상해보라. 대기업의 CEO가 30대 후반이고, 경영진이 모두 30대 중반인 대기업에 직원들이 20대 후반~30대 중반이면, 굳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강조하며 캠페인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되지 않을까? 스타트업처럼 직원이 CEO나 경영진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고, 그들이 지시한 사업에 대해 다른 의견도 쉽게 낼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3. 그럼 우리 회사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불가능한걸까?

일단 현실을 다시 직시해보자. 첫 번째, 대기업은 수직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 지배구조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하며,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두 번째, 대기업의 경영진은 모두 50대 후반 이상의 어르신들이고, 이 분들이 모두 30대 후반의 경영진으로 교체될 가능성은 0(Zero)다. 그렇다면 대기업 안에서의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아예 불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에서 말하는 '수평적'이라는 용어의 개념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이고 구조적인 형태의 '수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기회와 주도권이 수평적으로 주어지고, 지배구조에는 위아래가 있지만 인격적으로는 동등하고 평등하다'는 의미에서의 '수평'으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재정의한다는 전제하에 올바른 소통하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료주의 구조 하에서는 이런 암묵적인 의사결정의 권한 역시 리더에게 있기 때문이다.)


위 문장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리더의 행동양식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고자 한다. 

  

직원이 하는 이야기를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다. (그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 않듯이)

본인이 요구하고 싶은 것보다, 직원이 요구하는 것에 귀기울인다. (그들이 당신의 요구사항을 체크리스트로 정리하여 일을 하듯이)

직원이 보고 또는 공유한 내용과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반드시 피드백한다. (그들이 당신의 요구사항을 놓치지 않고 팔로업 하듯이)

본인이 잘 모르고, 틀리고, 까먹은 것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들이 실수를 하고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듯이)

본인이 직접 해야할 일은 직접 한다. (그들이 본인이 해야할 일은 스스로 하듯이)


P.S : 요즘은 리더라는 자리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나 또한 리더의 위치에 가게 되었을 때 이런 역할을 충분히 잘 수행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Miricanvas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템플릿을 바탕으로 저자가 재디자인 한 이미지입니다.



이전 04화 조직문화와 직원 경험 -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