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둘이라서 좋은 이유!
언젠가부터 흰머리카락이 한두개 보이기 시작했다.
그 머리카락 한두개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갑자기 훅 나이가 들어버린 기분.
주변 사람들은 흰머리카락은 뽑는게 아니랬다.
흰머리카락을 뽑으면 뽑은 자리에 두가닥의 흰머리카락이 나온댔다.
정말일까!? 그럼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더 올라가겠지.
근데 참말인것은, 난 자리에 또 난다는거.
그래서 흰머리카락을 잘라냈다.
뿌리끝까지 잘라내며서 옆의 까만머리가 잘라져 나가질 않게 조심했다.
까만 머리가 이렇게 소중할줄이야.
오른쪽 귀 앞에 난 머리카락 사이로 흰머리카락 한가닥이 보인다.
10년전에 직장에 같이 근무하던 마흔살중반의 여자과장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분도 늘 같은 자리에 흰머리가 희끗희끗 나는게 보였다.
가끔 오른손으로 앞머리를 넘길때면 그 사이사이에도 희끗희끗 보였다.
미용실은 한달에 한번정도는 가서 염색을 한다고 하셨지. 내가 그 나이였다.
동네 미용실에가서 흰머리가 나서 염색하고 싶다고했더니 염색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올리브영에가서 염색약을 구입했다. 흔들어서 바르기만하면된다. 간단하지.
예전에 우리 엄마는 미용재료사가 저렴하다고 거기서 염색약을 사왔다. 미용실을 했었던 막내이모에게 전화해서 염색약 조합법을 물어봤다. 두가지 종류의 것을 섞어서 머리에 바르고 한참뒤에 씻어냈었다.
아마도 그 날이 우리엄마의 내 나이쯤일것이다.
흰머리카락이 나는 것은 나이가 들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신체의 변화인데 나는 늙어버린 몸뚱이에 슬펐다. 더불어 뱃살도 추가되었다. 상체는 55사이즈도 거뜬히 들어갔는데 66을 입어야 편안함을 느꼈다.
요즘 나는..
염색약을 자연스럽게 꺼내서 흰머리가 보이는 부분만 살짝 발랐다.
오른쪽 귀앞에 흰머리에도 살짝발라도 사실 귀앞에 흰머리는 염색약이 잘 안스며든다. 이상하지?. 그래서 잘라줬다. 또 자라고 있다. 머리를 넘기다가 곱슬끼와 같이 있는 흰머리카락이 보이면 뽑는다. 딸에게 흰머리카락이 보이면 알려주라고 이야기도 했다.
어제는 동네미용실에 갔다. 셋팅펌을 했던 머린데 자르고 잘라냈더니 셋팅이 사라지고 긴 생머리만 남았다. 자연스럽게 큰 집게삔으로 올리고 길어나온 앞머리를 아침마다 드라이를 했는데, 파마끼가 다 빠져서 언제부턴가 아침에 드라이를 해도 앞머리가 이마에 착 달라붙어있었다.
그래서 셋팅펌을 하기 위해서 예약했다. 예약할때 노멀한 육만원짜리로 했는데 미용사가 내 머리를 보더니 중간단계나 그 윗단계로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스페셜한 칠만원짜리로 해달랬다.
머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뽀글하게 파마가 됐다.
사실 조금 놀랬다. 너무 뽀글뽀글 거려서 노멀한 육만원짜리도 괜찮을뻔했다.
집에왔더니 딸아이가
"엄마 머리가 왜그래?" 라고 물었다.
"머리하니까 생기가 넘치지?" 했더니
"머리 이상해." ㅋㅋㅋㅋㅋ 하고 막 웃었다.
사실 나도 안다. 지금 머리가 너무 뽀글거린다는거.ㅋㅋ
그 뽀글뽀글한 머리를 한채로 도시락 포장도해오고 커피집가서 빵도 사왔다.
젊은날 같았으면 뽀글뽀글한 파마끼를 풀기위해서 집에와서 바로 감고 빗어댔을지도 모르겠다..ㅋㅋ
근데 괜찮다. 흰머리도 괜찮고. 뽀글뽀글한 파마도 괜찮고. 칠만원짜리 파마약도 괜찮다.
나이가 들수록 좋은점은..
이런 변화들도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
뽀글뽀글한채로도 있어보고 싶고 그런 내 머리의 변화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또 파마끼가 풀리면 풀리는대로 예쁘다.
조금 정리가 필요하면 미용실가서 조금씩 컷트하면서 또 생머리가 될시점까지 있어도 본다.
앞머리에 탈모가 생기는지 비어 보였다. 두피에센스가 좋대서 씻고 나오면 바른다.
향이 좋은 샴푸린스로 바꾸고 늘 애용하는 에센스도 발라준다.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내 몸을 조금 더 아끼며 지내보기로 했다.
마흔둘. 곧 마흔셋. 나는 이런 변화들에 조금씩 받아들이고 적응중인 내가 좋다.
나이가 들수록 포근해지는 '그럴수있다.' 라는 생각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