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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주도로 간다!

2025년 12월. 나도 딸도 괜찮다.

by 도담

새벽 1시 42분 겨울 재즈를 듣고 있다.

지난 토요일은 딸과 재즈 공연도 보고 왔다.

나에겐 조금 지루했던 재즈공연. 생각보다 길어진 시간 탓에 딸도 지루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딸에게 "공연이 어땠니?"라고 물었더니 재밌었다고 했다.

재즈공연을 들을 때 악기별로 소리를 들으면서.. 이렇게 저렇게.. 느꼈다고 나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최근에 알았다. 내 딸은 음악 소리에 남보다 조금 더 감각적이고 글도 꽤 잘 쓴다는 것을.

우스갯소리로 공부 빼고 다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얼마 전에 딸의 글을 보고 생각보다 너무 잘 적어서 여러 장을 엮어서 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나는 2주 전 성시경의'제주도의 푸른 밤'을 들으며 브런치에 글을 썼다.

11월에 가고 싶었던 제주도 여행. 다음으로 미뤘던 여행.

12월 26일 제주도비행기표 2장을 예매했다.

2박 3일. 성탄절을 낀 연차. 조금 눈치스럽지만.

우리 팀은 2025년 시작 때 제비 뽑기로 연달아 있는 연차일을 골랐다. 24일! 그때 골랐지.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이고, 남들도 다 가고 싶은 날이고, 손님들도 많을 것 같고 등등' 고민에 빠져있었다. 옆에 언니가 "그냥 가! 비행기표부터 예매해!"라는 말에.. 며칠 망설이다가 주말 밤늦게 예매했다.



나의 17년 직장 생활은.. 나보다 아이보다 앞서 있었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집중했다.

나 없어도 돌아가는 회사였고, 엄청 중요한 역할도 아닌데.

초등학생이던 딸이 " 엄마, 어떡해.." 라며 전화 왔을 때..

"엄마 일해야 해"라고 끊었던 일이 일기장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때 그렇게밖에 하지 못한 내가 밉고 아이에게 미안하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밥줄이라고 우선순위를 뒀을까.

아니면 이혼 후 엄마가 했던 말 때문일까.

"회사에선 아무 소리 말고 일해. 애랑 먹고살아야 되니!'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나 없어도 회사는 돌아가' 그렇게 위안 삼으며 간다.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나는 결재를 편하게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내가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예전보다 나아진 것에 감사한다.

나는 돈이 부족해서 불편함을 겪었다. 그래서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했다. 책도 닥치는 대로 많이 읽고 투자도 하고 오랜 기간 직장을 다닌 것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 찰나였는데 시간이 15년이 흘렀고 지나고 보니 오늘이다. 오늘 지금은 쓰지 않는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2021년 월 천만 원을 벌고 싶다고 소원을 썼었다. 사실 나는 몇 번 그렇게 이룬 적이 있다. 자기 계발서 중에도 원하는 미래의 모습이나 소원을 적고 구체화하라, 이미지화하라는 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나는 그때 쓴 글 중에 몇 가지를 이뤘다. 그 사이에 이루기 위해서 부단히도 무엇인가를 하고 또 견디고 지나왔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그 시작은 15년 전이다.

나는 그때 보증금 천만 원 월세 십만 원에 살았다. 그때 보증금 돌려받으려고.. 비 오는 날.. 2층 주인집 앞에서 문을 두들겼던 스물일곱의 내가 아련하다. 못 받을까 봐 용기 내서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연달아 두드렸다. 한참이나 지나서 주인아줌마가 문을 열었다. 계약서를 찾고 있었다는 말을 하면서.. 문을 연신 두드려댔는데.. 문을 열어주고 찾을 만도 한데.. 그 아줌마는 왜 그랬을까.. 지금 같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나는 그 원룸에 살 때 결심했다. 이 동네를 떠나서 딸 또래가 많은 동네로 이사 갈 것이고 살 집을 살 것이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 뒤론 계속 방법적인 것들을 이뤄나가는 과정이었다.


올해 여름휴가도 못 갔는데 겨울 휴가를 간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제주에 있었고

올해는 크리스마스를 지난 날짜에 제주에 있다.

올해를 되돌아보면.

인연인 줄 알고 끌고 온 시간을 끝내며 마음 고생한 나.

사춘기를 세게 겪은 딸.

너도 힘들었지? 네 맘 같지 않았을 거야. 그 시절이 그래.

다 지나가. 시간이 지나면 다 지나가.

2025년 마무리 제주 여행이 기대되네!

우리 내년에는 더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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