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0일
요즘은 여행에 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아직 출간된 책은 아니라 책에 대해 자세하게 말할 순 없어요.
(진짜 편지였다면 몰래 말할 수 있었을 텐데!)
뉴욕이란 흔한 여행지니까 그 정도는 얘기해도 되겠죠?
2015년 겨울에 뉴욕에 있었습니다.
그해는 이상 기온으로 겨울인데 워싱턴에 벚꽃이 피기도 했죠.
먼저 머물고 있었던 보스턴은 매우 따뜻했는데
버스를 타고 도착한 뉴욕은 꽤 쌀쌀하더라고요.
12월 말인데 쌀쌀하다는 표현이 좀 웃기지만, 아무튼 코트 하나를 여미고 시내를 돌아다녔습니다.
모마도 가고 그렇게 유명한 타임스스퀘어도 갔는데
사실 감흥도 없었고 기억이 나질 않아요.
기억에 남는 건 호텔 창밖으로 보이던 새벽의 텅 빈 거리와 안개로 뒤덮인 브루클린 브리지 정도입니다.
2박 3일의 짧은 뉴욕 여행을 포함한 보름 간의 시간 동안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서 무거운 눈꺼풀과 몸으로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새벽이 되어서야 식은땀을 흘리며 두어 시간 잘 수 있었죠.
게다가 가장 가난했었을 때라 뉴욕과 보스턴의 시간은 그곳의 하늘처럼 회색빛으로 남아있습니다.
모마에서 사 온 냉장고 자석이 잘 붙어있다가 어느 날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집 안에 블랙홀이라도 있나 싶어 포기해버렸어요.
뉴욕과 보스턴에서 찍은 사진과 같이 간 사람도 모두 지웠기에 추억할 것이 많이 없습니다.
미국은 유난히 시차 적응이 힘들어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여행지였지만,
책을 읽다 보니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어 지네요.
그때는 정말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볼래요.
목요일까지 다 읽어야 해서
부지런히 읽어야 해요.
그럼 내일 또 편지할게요.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