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6일
그간 편지를 쓰지 못했습니다.
우선은 바빴고 주말에 채워놓은 에너지는 평일의 후반부로 갈수록 고갈되어 퇴근하고 나면 멍하니 무언가를 보는 듯 보지 않는 시간이 길었지요.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역시나, 제 차가 참 더러워져 있더군요.
송화가루를 비롯한 여러 꽃가루가 날리는 시즌이기도 하지만
회사 주차장에 차를 대놓으면 갈색 무언가가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것이 작은 나뭇가지가 말라 붙은 줄 알았는데
직장 동료가 그것이 벌똥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벌이 똥을 싼다니,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벌도 뭔가를 먹으니 똥을 싸는 건 당연한 일이더군요.
직장 동료들은 벌똥에 매년 시달려왔다고 합니다.
한 동료는 단백질 제거 스프레이를 뿌린다고 했고
한 동료는 장마가 올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둔대요.
(그렇지만 부모님이 주말마다 차를 닦아준다고 하니 말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하지만 차를 더럽게 내버려 두면
어쩐지 깨진 유리창 효과가 떠오르기도 해서
지난주엔 점심시간에 주유소로 가서 세차를 했지만 벌똥은 여전히 붙어있고 이어 꽃가루가 차를 덮어버렸습니다.
아무튼 요즘은 차가 더럽다는 아주 가벼운 고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가벼운 불행과 사는 건, 잘 살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월요일입니다.
월요일에 지지 말라는 건 너무 큰 부담인 것 같고요,
시간이 우리 사이를 흐르도록 그렇게 둡시다.
월요일 역시 가벼운 불행이니까요.
그럼 또 편지할게요,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