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일
4살 때였나. 호주의 시드니에서 약 50일 간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삼촌이 호주에 살고 계셔서 어머니와 동생과 할머니와 함께 삼촌 가족을 보러 갔던 것이지요.
사촌 동생이 태어나기도 해서요.
비행기 창밖으로 커다란 뭉게구름들이 지나갔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것이 참 아름다워서 오랫동안 그것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렸을 적이니 기억에 남는 것이 몇 없습니다.
숙주 삶는 냄새와 라임 냄새, 달콤했던 체리 소다, 머스터드 스테이크 소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드레스를 입고 세상은 요지경(그때의 유행가였습니다)에 맞춰 춤을 추던 것
언덕에서 상자 썰매를 타다가 뒹굴었던 것
주말에 먹을 것을 싸들고 바비큐 부스에서 파티를 했던 것
맥도날드 주방
엄마 옆에 서서 창밖을 보다가 다시 엄마가 있던 곳을 쳐다보았는데 엄마가 없었던 것
(다행히 친절한 호주인이 울고 있는 저를 목마를 태워 엄마를 찾아주었다고 합니다)
동생이 자꾸 사라져 버려 동생의 팔과 자신의 팔에 줄을 묶었던 엄마
장난감 마트에 가서 외국인 여자아이와 인형 놀이를 했던 것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 뒤로도 많은 곳을 다녔지만 이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곳은 또 없는 것 같아요.
좋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갑자기 이 글을 왜 쓰게 되었냐고요.
다른 글을 쓰다가 막혀서 침대에 엎드려있는데
머스터드 스테이크 소스의 맛이 떠오르더라고요.
저녁으로 샐러드를 먹었더니 조금 출출하네요.
어찌 되었건 여행에서 얻은 기억 조각들은 지루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한때는 여행이 싫었던 적도 있었지만
요즘의 저는 여행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해요.
혹시 그 기분 아시나요? 시차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일찍 일어나 맞이하는 아침 공기와 찌뿌둥한 채로 먹던 조식이요.
요즘은 그게 좀 그리워요.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언제쯤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이 가능해질까요?
일단은, 몇 달 전에 사둔 여행사 주식이 오른 것으로 기쁨을 대체해야겠습니다.
6월의 첫 날도 저물어갑니다.
좋은 일은 오래 기억하고
좋지 않았던 일이라면 금세 잊어버립시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맙시다. 어차피 우리의 생각은 그다지 깊지도 않으니까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