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산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나는 나이의 앞자리가 1에서 2로 바뀐 뒤부터 지금까지 쭈욱 본가를 떠나 타지를 떠돌며 살고 있고, 동생은 일본으로 대학을 간 뒤, 지금은 독일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지금까지 본가에서 가족 전체가 함께 보낸 시간들을 세어본다면 채 일 년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일 년에 2-3번, 많으면 4-5번 정도 집에 내려가는데, 가서도 2-3일, 길어야 일주일 정도만 머무르기 때문이다. 그 덕에 지난 10년 간 각자의 생일에 가족 전체가 모여 미역국을 먹은 적이 없다. 둘이서 먹거나, 셋이서 먹거나, 아니면 혼자 끓여 먹었다.
거기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4월에 개강하고 8월 중순에 방학을 한다. 동생이 8월에 방학을 하면, 나는 9월에 개강을 하기 때문에 우리 가족에게 허락된 시간은 딱 보름 정도밖에 없었다. 동생이 독일로 떠나고 나서는 더 모이기가 어려워졌다. 매년 한국에 오는 것도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이니까. 우리 가족은 그 시간과 돈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가족 여행이다.
본가의 벽 한 면은 여행지에서 사 온 냉장고 자석과 열쇠고리가 전시되어있고, 동생의 특기는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일 정도로 나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여행을 좋아해서 일 년에 한 번씩은 가족 여행을 간다. <배틀 트립>, <짠내 투어>, <뭉쳐야 산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 테마 기행> 뿐만 아니라 온갖 여행 프로그램의 팬인 엄마의 수첩에는 가고 싶은 여행지나 맛집이 빼곡히 적혀있어서 보통은 엄마가 여행지를 정한다. 홍콩, 서유럽, 도쿄, 오사카, 오카야마, 하와이, 방콕, 목포, 광주, 담양, 부산, 군산 등등.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은 행군 수준이고 (이러니 내가 여행을 좋아할 리가 1!), 귀찮기만 한 예약은 모두 내 몫이라 (이러니 좋아할 리가 2!) 자주 짜증을 부리지만 시간이 지나 그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모두 환하게 웃고 있더라. 심지어 아빠가 줄 서서 기다리기 싫다고 화를 내는 바람에 먹지 못한 유명 피자집에서의 일화나 누군가가 갑자기 배탈이 나서 화장실이 있는 편의점을 찾아 헤매던 일, 동생의 비행기가 연착되어 아무 준비도 안 한 내가 하루 여행 가이드가 되어버린 일들은 어느덧 웃픈 추억이 되었다.
재밌게 놀았으니 다시 열심히 살자!
여행을 마무리하는 엄마의 말처럼 우리는 각자의 집에 도착하면 또 만날 날을 기약하며 열심히 산다. 돈을 벌고 공부를 하고 여행 프로그램을 보며 가고 싶은 여행지와 맛집들을 수첩에 적어둔다. 올해는 나와 동생은 런던을, 부모님은 러시아와 북유럽을 가는 바람에 네 명이 뭉칠 일이 없어졌지만 내년 여름에는 스페인에서 만나기로 했다. 엄마의 한 문장이 카톡방에 떠오르면 우리의 만남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딸들아, 이번 여름에 시간 낼 수 있니?”
*
이 글 역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부모님을 기다리는 카페 안에서 썼다. 5시간 뒤에 부모님은 다시금 본가로 가는 비행기에, 나는 회사에 있겠지. 언제 오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