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버라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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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09-12 트레바리 북씨-옐로
네 번째 모임
책-실버라이닝 플레이북 / 매튜 퀵
영화-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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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답답한 마음에 친구가 소개해 준 용하다는 분께 사주를 봤다. 내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알려주었더니 스무 살쯤부터 뭐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겠다는 말을 했다. 공부도 잘 안 되고 사람을 만나도 길게 만나지 못하고 인연이 끊겼을 거라고. 네 탓이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도 했다. 내년 여름쯤 되면 진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말도 해 주었다.
‘그런데요, 그 사람이 진짜 그 사람인지 어떻게 알아봐요?’
‘못 알아봐요.’
‘네?’
‘마틸다 님은 촉이 좋은 편이니 그 촉으로 잘 알아보세요.’
‘아...’
그러니까 알아서 잘 찾아보라는 소리 아닌가. 그런 말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두루뭉술한 말을 듣기 위해 오만 원을 낸 것인가. 그냥 심리상담했다고 치기로 했다. 어쨌든 기분은 좋아졌고, 내년 여름이라는 작은 기대감도 생겼으니까. 그 뒤로도 인생이 잘 안 풀리고 어쩐지 세상에 혼자만 남은 것 같을 때도 이 ‘내년 여름’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팻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니키와의 재결합은 그를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목표였다 (물론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하는 쪽이 팻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해피엔딩을 위해 운동을 해서 살을 빼고, 옳은 말보다 친절한 말을 하려고 노력하고, 춤도 열심히 배웠다. 팻은 해피엔딩이 아닌 소설들을 극도로 혐오했다. 현실이 녹록지 않으니 소설 안에서만이라도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팻은 자신의 인생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비극 소설보다도 더 비극적이다.
우리의 팻은 니키에 집중하느라 정말 괜찮은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티파니가 너무 제멋대로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니 너무 괜찮은 사람이더라. 이런 티파니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영화감독에게 화가 날 정도였다. 티파니는 팻을 다룰 줄 알았고, 팻의 장점을 찾아낼 줄 알았으며 자신의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용감한 여성이었다. 티파니를 팻에게 보내는 게 아까울 정도였지만, 좋다니 뭐 어쩌겠나. 티파니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
남들 눈에는 어딘가 부족하거나 특이해 보일지라도, 둘은 서로에게 딱 맞는 존재다. 팻은 니키 덕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눈에는 팻과 티파니는 서로를 만난 뒤로 조금씩 회복하고 있었다. 결국은 사랑이 정답이고 치유제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팻과 티파니는 긴 시간을 돌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가장 좋은 타이밍에 등장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나도 모르고 있었던 나의 장점을 발견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진짜 좋은 짝이 아닐까.
책과 영화를 보고 나니 나도 좋은 사람을 발견해내는 혜안을 좀 더 길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사주대로 내 인생이 척척 잘 풀리진 않겠지만 사람 보는 눈 정도는 길러놓으면 사는데 큰 도움이 될 테니까(ㅎ). 그런데 추워서 그런가. 내년 여름이 자꾸 기다려진다. 안 이루어지면 뭐 어떤가. 그 생각만으로도 한숨이 줄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좋다. 오늘부터 나의 실버라이닝은 ‘내년 여름’인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