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잘못된걸까

by Minnesota


목요일 무렵부터 기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처음엔 호르몬때문인구나, 지나가겠지 하고 기다렸다.


금요일이 되었고 목요일보단 나아졌으나 그래도 여전히 저기압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되었고 오늘 아침부터 남편이랑 싸웠고 화해했으나 나가서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보고 돌아와서 다시 이 글을 쓰고 있다.


아무래도 내 문제인건 맞다고 본다.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그냥 하루하루 해야할 일만 바라보면서 게임 도장 깨듯이 살았다.


그렇게 일이 다 끝나버렸고 9월 3째주부터는 맥아리 없는 상태로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시간이 많아지니 잡생각이 늘었고 잡생각이 늘다보니 그동안 안 보이던 남편에 대한 단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적당히 숨기질 못하는 성격상 아마도 상대에게 다 드러났을테다.


긴 산책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유튜브를 켜고 영상을 듣기도 하지만 내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일에 집중하며 지낼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계속해서 발견해냈고 그러면 그럴수록 우울해졌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아 그러니까 그 생각이란게 뭔데? 라고 하실 것 같다.


그냥 잡념이다. 아무 의미도 없고 쓰잘데기없는 것들.


내가 지금 이 남편이랑 결혼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 때 그 회사를 퇴사하지 않았다면.


내가 학부 졸업하고 바로 석박사 따러 해외로 나갔다면.


대부분이 지금 현재 내 모습에 대한 불만족에서 기인한 잡념이고 이걸 글로 풀어 놓자니 너무 보기 안쓰럽달까.


남편은 회사에 가서 일을 안해서 니가 우울한가보다라고 했다.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오죽하면 점쟁이가 나만 보면 너는 죽어도 회사에서 죽어야 할 팔자라고 했을까.


오늘은 유난히도 우울했다. 딱히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다.


남편이랑 아침에 싸워서? 아니다. 그 이전부터 내 감정은 밑바닥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뭐가 정확하게 문제인진 나도 모르겠다. 호르몬 탓을 할 수도 없는 시점이다.


싸우고 화해하고 겨우 풀고 외출해서 먹은 초밥은 애석하게도 너무 맛이 없었고 속은 체했다.


집에는 들어가기 싫어서 고양이 까페를 가려 했으나 주차장에서부터 사람이 가득함을 느껴 돌아 나와서 영화관으로 향했다.


캔디맨이란 영화를 봤는데 영화는 무죄다. 영화는 매우 괜찮았다.


그러나 영화관에서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체기와 함께 다시 세상에 대한 환멸감이 밀려왔고 남편은 남편대로 내 뚱한 모습에 지친 것 같다.


나도 지금의 내가 싫은데 타인인 남편이 봤을때도 영 마뜩찮았을 것임을 잘 안다.


그런 상태에서 몇 마디 오고가다 보니 영, 안 좋은 말이 오고 갔고 나는 이 글이나 쓰려고 노트북을 켰으나 와이파이 연결이 끊긴 상태였다.


내버려두고 글을 쓰려고 방에 들어왔다가 인터넷이 안 되서 다시 거실로 나가서 또 한번 쓸모없는 대화를 나누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그냥 답답하고 꽉 막힌 기분이다.


누군가에게 말을 하자니 그것도 애매하다.


왜냐하면 딱히 뭐라고 말할 사유도 없는 꿀꿀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술을 들이붓는 멍청한 짓은 안한다. 속도 안 좋고 그래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은 커피조차도 마시는 족족 스타벅스 것이든, 메가커피 든, 다 맛이 없었다.


365일 중에 이런 날도 있는 걸 잘 알지만서도, 너무한다 싶다.


기껏 나가서 돈 몇만원을 써서 먹은 초밥도 맛이 없었고 그나마 다행인건 영화가 좋았던 것이지만 결국 집에 돌아와서 남편이랑 여전히 안 좋은 상태다.


솔직한 마음을 이곳에나마 기록하자면, 나는 여생을 남편 한 사람과 쭉 살 자신이 없다.


이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다. 이 사람은 사실 참 착하다.


나는 나라는 사람을 잘 아는데, 내가 가려는 길을 조금이라도 막으면 바로 그 순간에 화를 내진 않아도 계속해서 가슴이 응어리가 진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부모님에게도 그랬고 남편에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남편은 벌써부터 박사는 나중에 해라라는 말을 참 자주 한다.


석사에 들어가는 시간과 돈이 너무 과한 것을 잘 알아서 일 것이다.


그런데 석사든 박사든 다 떠나서 내가 과연 이 한사람과 죽을때까지 살아갈 수 있을까 싶다.


누가 들으면 참 창피한 소리를 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그런데 자신이 없다. 나는 나 자신에게도 질릴 때가 자주 있다.


그런데 타인인 이 사람, 내 남편에게 질리지 않을수가 있을까 싶다.


대화도 잘 안되고, 관심사도 다르고, 솔직히 말해서 요 근래엔 그냥 보기싫을 때가 많다.


육성으로 너가 보기 싫다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아마 그 사람도 느꼈을 것이다.


내 말이나 제스쳐에 다 드러날테니까.


예전에 연애할때도 이런 모습을 자주 보였던 나다.


나는 청개구리같기도 하고 변덕스럽기도 하고 종잡을수도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혀를 내두르며 헤어진 남자도 꽤 있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의 내 감정상태로는 누구도 좋게 느껴지지 않는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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