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평일 회사 점심시간이었나, 정확한 시간대는 떠오르지 않는다.
동기가 무심결에 '넌 곱게 자란 애 같아'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한참 후에야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다시 물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나는 저 말을 참 자주 들어왔다.
동기는 내게 '그냥, 옷 입는거나 그냥 분위기말이야. 그런거?'
이렇게 대답을 하긴 했지만 난 그 말 안에 숨은 의미를 잘 안다.
고생 한 번 안 하고 편하게 살아서 그런지 자기 중심적인 편이고 겉으로 보기에 잘 꾸미고 다니니
남자는 꼬이는 그런 여자를 두고 말하는 말임을 살아오면서 스스로 터득한 것 같다.
20살때부터 알아온 언니도 이번주 목요일, 비싼 파스타와 비싼 맥주를 마시며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
생각해보면,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아버지 밑에서 나는 한번도 경제적 부침을 겪지 않고 살아왔다.
단 한번도 경제적 뒷받침이 어려워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 본 적도 없다.
사실상 살면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이 저런 말을 자주 하더라.
나는 대학 생활에 대한 후회가 없다.
연애도 징하게 많이 해봤고 뒤늦게 비행청소년이 된 것처럼 모험과 방황도 많이 해봤다.
그러는 와중에도 수업 열심히 들어서 성적 장학금도 타보고 영문 기사를 써서 근로 장학금도 타봤다.
그렇게 염원하던 미국도 교환학생으로 다녀왔고 여전히 내가 다녀온 미국은 내 영혼의 안식처다.
학교에서 보내주는 대회 참석차 학교 돈으로 비행기를 타고 벨기에와 프랑스도 다녀왔다.
언론사에 들어가보고 싶어하던 차에 언론사의 정치부에서 인턴으로 지내며 광화문과 여의도를 오갔다.
정부출연기관에서 근무하며 세종과 서울을 오고간 일도 있고, 지금은 원하던대로 서울에서 새로운 직장을 다니고 있다.
결론적으로 올해 한국나이로 27살 된 내 인생에선, 딱히 결핍이란게 없어 보인다.
사이사이 우울함과 슬픔과 상처는 어느 인생에나 존재하듯 내 인생에도 존재한다.
어찌보면, 원하는대로 살아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분위기와 이미지가 나타나는 걸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