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2

by Minnesota

지난주 금요일에도 분명 나는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 네캔을 사왔다.


그리고 아마도 저녁을 먹기 전 맥주를 더 사왔을 것이다.


금요일인 오늘, 나는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빈속에 맥주를 먹어 탈이 날까 두려워 계란을 우겨넣는다.


이미 빈속에 맥주를 두모금 마신 이후다.


상관없다.


미용실에서 1시간 가량 염색을 했다.


뿌리가 검정색으로 자란게 이상하게 마음에 안 들기 시작한지 1주일이 넘은 지금이다.


오늘 출근길에 지하철 창에 비친 내 모습 자체가 너무나도 마음에 안 들었다.


지하철 안은 더웠고 언제나처럼 인간으로 가득했다. 너무 싫었다.


회사에서도 싫은 인간들을 마주했고 이야기를 했고 업무를 해야만했다.


끔찍했다. 오늘따라.


휴가를 내고 미용실에 갔다가 집에 와서 들이키는 맥주에 조금은 숨이 쉬워지는 기분이다.


내 대학원 동기는 휴가 냈다는 내말에 좋은 회사라고 또 이야기 한다.


나를 옥죄어 오는 것들로부터 해방되고 싶단 생각뿐이다.


이번주 수요일 공연이 종료되었고 내가 담당하는 10월 마지막 공연이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목요일 오후부터. 빨리 집에가고싶었다.


완전히 도망치고싶다. 현실에서.


마음에 안드는 현실에서 제발좀 벗어나고싶다.


근데 이건 내맘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 꾹 참고 기다리는 중이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벗어나고만 싶다.


내가 이미 질린 것 같다.


이번주 수요일 공연은 잘 끝났고 아무 문제가 없지만 내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맥주가 마시고싶다. 거의 항상.


물로는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기분이랄까.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맥주를 들이키고 계란을 우겨넣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라는 사람은 과연 언제쯤 진정하 자유와 평안을 맛볼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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