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Minnesota

햄스터를 내 방 탁자위에 올려뒀다.


극도로 힘든 상태란 증거다. 옆에서 계속 뾱뾱 거린다.


오늘은 6시 30분 전에 부부가 눈을 떠서 즐거운 마음으로 산책을 나섰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부모님 이야기를 하다가 싸웠고 집에 와서도 싸움은 이어졌다.


나는 3주 전부터 왼쪽 발이 계속 아팠고 이번주는 특히 통증이 심해서 싸운 상태로 별로 감정이 좋지 못한채 남편이랑 병원을 다녀왔다.


족저근막염인가, 발음도 어려운 그 병에 걸린 듯하다.

아무래도 공연 주간에 계속 서 있어서 그런듯하다. 내가 일주일에 5일 만보씩 걷는것도 아니거니와 사실상 운동이란걸 안한지 오래기 때문에 그것 말곤 원인이 없다.


문제는 치료를 받으면 나아진다고는 하지만 다 나아져도 3월되면 다시 공연을 할거고 또 나는 고생을 많이 해야한다.


나는 현재 부모님과의 관계가 문제가 아니다.

밥벌이가 주는 피로도가 너무나도 커졌다. 매일 매일이 사투를 벌이는 듯 하다.


하루를 견뎌내고 견뎌내고 드디어 12월 31일을 맞이했는데 마지막 날까지 참 힘들다.

그래서 햄스터를 곁에 뒀다.

남편은 미우나 고우나 내 최측근 가족이다. 같이 병원에 갔고 물리치료 받는 동안 곁을 지켜줬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배가 부글부글거린다.

밥을 먹고 남편이 모자르다길래 병원 근처 까페에 갔다.


처음 가 본 곳인데 밀크티와 대만, 홍콩식 디저트를 파는 곳이었다. 작은 가게였는데 계속 손님들이 오고갔고 주인은 꽤 친절했다.

잠깐 밀크티와 디저트를 먹으며 쉬고 집에 돌아왔다.


돌아와서 보니 세탁소에 맡긴 옷이 생각나 남편에게 찾아와달라 부탁했다.

아픈 발로 최대한 덜 걸으라고 했고 이미 나는 무리해서 많이 걸었기 떄문이다.


남편은 계속 마음이 안 좋은 상태인데도 옷을 찾으러 가주었다.

나는 혼자 집에 남아 이 글을 쓰며 햄스터가 뾱뾱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내 20대는 힘들었고 30대인 지금, 여전히 인생이 녹록지가 않다.

며칠전에 만난 내 친구는 대학 내내 준비했던

금융공기업을 회사에 들어가서도 계속 쓰더니

결국 합격했다.

그래서 행복하니?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하더라.

허무하다고 한다.

회사가 다 거기서 거기지. 너도 알잖아.

이직 많이 해봐서.

응 잘 알지.


우리의 씁쓸한 대화였다.

그 친구를 20대 중반 이후로 처음 만났으니 거의 7~8년 만일것이다.

별로 변한 것은 없었고 취직 전의 우리의 모습이나 취직 후의 우리의 모습은 둘다 똑같이 힘들어보였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고 싶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기사를 보면 올해보다 경기가 더 어려울 전망이라고 한다.


남편이랑 연말에 캔맥주에 엽떡을 먹으며 나는 최대한 긍정적인 미래를 꿈꿔보고 싶었으나

그것조차 어려웠다.


회사에서 50분만에 써서 지원한 회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합격 예정자 공고를 올려두었고

어제 18시까지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했다. 나는 그걸 오늘에서야 발견했고 합격 예정자 명단을 클릭하니 이미 자료 제출 기한이 끝났다는 메시지만 뜰 뿐이다.


지원 결과조차 이젠 확인을 할 수가 없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할까.

나는 바라는게 그렇게 크지 않은것 같다.

병원 진료를 받고 그 옆에 냉면집에 가서 냉면을 먹으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할까 생각했다.


너무 지겨웠다.

회사에서 받은 월급의 일정량을 떼내서 회사로 인해 아픈 곳을 치료한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배는 계속 아프다.


12.31. 연말 딱 하루만 조용히 버티길 원했는데 평화롭게 연말을 보내는게 이렇게 어렵구나 싶다.

귀중한 토요일을 이렇게 보내고 있다.

햄스터라도 곁에 두면 나아질까해서 거실에 있던 애를 데리고 왔다.

너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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