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가는 길

by Minnesota

어제는 남자친구를 만나지 않았다.


바리스타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 저녁 여섯시였다.


사랑니를 뺀 부근이 여전히 욱씬거렸지만


그 외엔 별달리 불편할 것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친구를 만나고 귀가한 남자친구를 붙들고


4시간동안 내가 얼마나 당신에 대해 불만족을 느끼는지


매우 상세하게 토로했다.


이전 관계에서 상대가 어떻게했었는지까지 예시를 들면서.


"네가 나한테 불만족을 강하게 느끼는거 같네.

난 너한테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 뜻은 난 여기서 그 이상으로 너한테 못하겠단 의미다.(아마 못할 것이다.)


새벽 두시 넘어 잠들었고 나는 늦게 일어나서 교회에 못 가게 되길 내심 바랐지만


여지없이 11시에 눈을 떴다.


11시에 일어나겠다고 약속한 남자친구를 나는


깨우지 않았다. 내버려두고 싶었다.


연락이 왔지만 답하지 않고 있다.


"너 기준이 너무 높은 것 같아."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기준을 포기하고싶지 않다.


난 그에게 말했듯, 그가 지금 내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이기에 만나는 것 뿐이다.


가슴 아린 사랑도 아니고, 아름다운 추억때문에 끝내 헤어지지 못할 사랑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평일 퇴근길에 통화하고 주말에 한번 정도 만나는 그런 정도의 만남일뿐인거다.


난 그 사람이 말하는 최선을 그에게 다하고 있지 않다.


그저 잘못하지 않을 뿐.


근데 내가 그 사람에게 허용할 수 있는 최선이 거기까지기에.


달리 어쩔 수 없다.


지난한 여름의 한 자락이 이렇게 또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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