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반차를 내고야 말았다.
전날 눈뜨자마자 봤던 애나벨의 여파로 밤새 한숨도 못잤다.
헤롱거리며 출근길에 오빠와는 전날 얘기한 내용을 되풀이하는 통화를 했다.
아- 지겹다.
나는 결혼이 하고 싶다.
기왕이면 크고 성대하게 하고 싶다.
결혼하고서도 행복하게 그리고 여유있게 살고 싶다.
근데 지금으로선 그 길이 꽤나 막막하다.
같은 회사를 다니는 남자친구의 연봉과 나의 연봉으로는
그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무리고,
심지어 내가 현재 무리하게 유지하고 있는 생활조차 어려울 수 있다.
모든 게 돈, 이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다.
분명히 토요일에 즐겁게 데이트했건만.
또다시 권태기가 온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권태기.
내 회사, 내 연인, 내 취미, 내 비전
모든게 깜깜하게 느껴지는 다시 돌아온
나의 권태기.
좀 전에 또 한 명의 고등학교 동창이 결혼한 사진을 봤다.
나보다 공부도 못했고 공부에 신경도 안 썼던 아이다.
그 아이는 나보다 먼저 결혼해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누비고 다닌다.
그러면 나는?
기분이 나아질까 싶어서 반차를 내고
운동을 하러 갔다. 운동하고서는 스타벅스 vip 바우처로 쿨 라임 피지오를 마셨다.
그런데 기분은 여전하다.
지금은 여의도, 그래도 반차까지 썼는데
기분이 좀 나아졌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