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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Jul 07. 2024

일요일 오전

일요일은 토요일과는 사뭇 다르다. 똑같이 주말이지만, 토요일은 바로 다음날 또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과 해방감이 두 배이다. 하지만 동시에 바로 전날인 금요일까지 5일간 근무를 했기에 5일 간의 여파에서 헤어나오는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반면 일요일 아침은 아직 하루가 남았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워킹데이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져 있어서 조금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제 밤에는 9시 조금 넘어서 잠들었던 것 같다. 행사에서 가져온 와인 한잔을 대낮에 마시고나니 몸이 더욱 노곤해졌다.


사실 어제는 예기치 않은 아침 일정(회사에 들러 소논문 하드카피를 가지고 나와 3시간 가량 한글파일에 옮겨담는 과정)이 있었고 금요일 밤에 남편이랑 싸우느라 잠을 충분히 못잤기에 굉장히 피곤할 수 밖에 없는 하루였다. 하루 동안 2회나 대학로에 가서 정오 무렵에는 눈썹왁싱을 받았고 오후 4시에는 네일 제거를 했기에 더욱 나만의 시간이 없었다. 남편도 메롱한 상태였던 것 같다.


그런 남편을 데리고 노원까지 가서 햄스터를 봤다. 원래 항상 키우는 종인 골든햄스터부터 봤지만 바로 몇주 전까지 우리와 함께한 동동이와 비슷한 햄스터를 보더니 남편 표정이 굳어졌고, 지금은 햄스터를 데려갈 수 없겠단 생각이 들던 차였다. 그때 상점에서 일하는 분이 갑자기 아주 작고 귀엽게 생긴 생쥐를 보여줬다. 팬더마우스란다. 생쥐의 개량종이라는데 몸집이 아주 작고 핸들링이 쉽다는데 햄스터와 달리 1햄1케이지가 아니라 외로움을 타기에 2~3마리 정도 같이 키워야한단다.


결국 2마리를 데리고 왔다. 초코색의 아이는 '길이', 황금색의 아이는 '가리'다.

이름의 특별한 의미는 없다. 우리집 강아지 정식 이름이 '용기'인데 우리는 주로 '용길이', '용가리'라고 부르니까 앞에 용자만 떼고 길이, 가리라고 부르기로 한 것이다.


둘은 잘 지내는 것 같았는데 남편 말로는 밤새 싸웠다고 했고 아침에 보니 길이가 가리를 물어뜯었는지 꼬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나는 강아지를 데리고 오랜만에 혼자 산책을 다녀왔다. 일요일 오전엔 사람이 없어서 더욱 좋다.

어딜가나 길거리에 나 혼자 밖에 없단 사실이 나이를 이렇게나 먹었어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날씨는 당연히 무덥다. 비가 온다는 기상청의 말은 믿어서는 안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습도는 높지만 비가 비답게 내리진 않는다.


남편이 오기 전까지 3시간 반 정도 남아있다. 남편이 일요일 오전에 농구를 하러가기에 나는 이렇게 혼자서 조용히 오전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맨날 들고다니는 노트북 가방이 더러워보여서 토요일에 빨았다.

남편은 갑자기 도시락을 싸겠다면서 냉동 닭가슴살과 고구마 한 박스를 시켰다.

그래서 나도 고구마 몇개를 지금 찌고 있다.


교수님께 토요일 13:30에 소논문을 보냈고 교수님은 15시경에 아주 빠르게 피드백을 주셨다.

나는 이미 오전에 소논문 옮기기에 시간을 많이 보낸터라, 그날은 더이상 건드리지 않았다.

이제 슬슬 해봐야겠지만 나도 배가 고파 브런치를 챙겨먹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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