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은, 일적으로만 보면 아주 널널할 수 있겠으나 사실은 개인적으로 진행 중인 건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어서 나 혼자 굉장히 스트레스받으면서 진척시켜 나가고 있었다.
처음해보는 일이고 사안이 좋은 내용은 당연히 아니니까 스트레스는 계속 받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 한해 많은 풍파에도 묘기증 외엔 병치레를 안했던 나인데, 결국 목감기를 앓게됐다.
의사의 눈에 심하지 않다고는 했으나 4일치 약을 다 먹어도 차도가 없었고 토요일에 도저히 밖에 나가고싶지가 않아서 모른체하고 방관했더니 일요일 아침엔 최악의 상태에 도달했다.
다시 금요일로 돌아가자면, 회사 내부에서 마땅히 전화할 곳이 없어서 바깥에서 장시간 통화를 하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일을 수임한 사람과 카톡/전화로 소통을 해야만했다. 결국은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금요일 18시에 문건을 넘겼다.
토요일엔 하루종일 먹고 누워만 있었다.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시켜 먹기도 했다.
18시에 예약한 오마카세만 아니었다면 아예 밖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1년만에 먹는 오마카세는 식사기간이 너무 길어서 다소 늘어지고 졸렵고 피곤했다.
물론 오랜만에 먹는 진짜 초밥에서 느껴지는 생생함은 좋았다.
12000원짜리 에비스 생맥주도 맛이 좋았으나 마실때마다 내 목은 따끔거렸다.
1시간 동안 천천히 나눠먹었고, 중간중간 내가 좋아하지 않는 식재료(예. 매생이 등)가 포함된 것은 억지로 집어삼켰다.
그런식으로 식사를 마치고 근처의 꽃집에서 아주 예쁜 꽃 3만원어치를 사와서 집 꽃병에 꽂아두었다.
그날은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진 날이다. 누군가는 여의도에서 집회 참여하고 집에 돌아갔을 시간에 나는 결혼기념일 식사를 하고 집에갔다.
남편은 만족하는 듯하다.
나는 앞으로가 걱정된다. 탄핵 그 이후는? 보장된게 없는 나날이다.
일요일에는 아침부터 청국장을 끓이고 시금치 나물, 표고버섯 볶음을 만들었다.
식재료를 사두고 평일엔 건드리지 못해서 주말에라도 만들어 먹는다.
한참을 만들어서 먹고 병원에 가서 약을 타고 정말 오랜만에 도선사에 갔다.
제각기 자리를 잡고 부처님께 절을 하며 비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또한 그랬다.
도선사 산공기를 흠뻑마시고 다시 1시간 걸려 집에 돌아왔다.
영화 예매는 취소하고 그대로 집에서 남편과 강아지와 함께 방콕했다.
어쩔수없는게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절에 갔다온것도 엄청나게 체력을 끌어쓴 느낌이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사무실 내 자리 요새로 돌아와서 이 글을 남긴다.
주말엔 글조차 쓸 힘이 없던 것 같다.
계속 먹고 요리하고 누워있는 것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