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나는 내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요새 한다.
회사도, 학교도 모두 내 목소리를 내기엔 아직 쉽지가 않다.
학교에선 교수님을 신경써야 하고, 회사에선 회사대로 그렇고.
20대 내내 이 생각을 하다가 30대 초엔 지쳤던 것 같다.
그리고 30대 중반에는 어느정도 맞춰가지만 색은 드러내는 그런 애매모호한 색깔에 다다랐다.
재학중인 대학에서 쓸데없는 메일을 자주 보내길래, 차단한지 꽤 됐다.
어제 동기들이랑 밥 먹다가 중요한 메일을 놓쳤던 것을 확인했다.
차단을 해제했다.
나는 메세지든 메일이든 안읽음 상태로 쌓여 있는 것을 결코 볼 수 없는 사람이다.
그 메일이라 함은 '지도교수 배정 신청서'이다.
이미 나는 지도교수 해달라고 해버린 상태고 그간 면담도 꾸준히 거쳤던터라 사인만 받으면 된다.
그런데 마음 한켠이 조금은 헛헛하다.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에서 최선을 다해 고른 사람이 이 분인데 이 분이 과연 나의 미래를 인도해줄 귀인인지에 대한 여부가 아직 확신이 안 선달까.
하루에도 수만번 머리에 이 생각 저 생각이 스친다.
나는 하루 빨리 내 목소리를 내고 싶고 내가 잘하는 분야에 대해 강의를 하고 싶다.
그러려면 얼마나 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시간을 견뎌야 할까.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은 항상 지친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때문에 외지에서 하루를 보내느라 지치고 나는 나대로 하루종일 앉아있다보니 허리가 부러질 것 같고 일주일 간 쌓인 피로, 다음주에 해야하는 것들에 지쳐있다.
아무것도 보장된게 없다.
누굴 믿고 가야할까.
그런 와중에 동기도 그렇고 같은 기수지만 나와 어울리는 무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학생도 그렇고,
나에게 유난히 쌔하게 굴던 사람들이 갑자기 마음을 연 모양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들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서 무언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그들을 지켜보았듯이 그들도 나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눈에 내가 그들의 이너서클에 포함되면 좋을 사람으로 정해진 것이다.
하여간 그렇게도 쌔하게 굴던 사람들 단 2개월여만에 갑자기 태도가 바뀐게 신기하다.
동기들은 각자 모두 고군분투한다.
학부, 석사땐 한번도 못느껴본 동기에 대한 진심이 생겨나고 있달까.
고민 끝에 지금 듣고 있는 수업의 교수님들 페북 친구 신청을 했다.
그만큼 나도 마음이 열린거일수도 있겠다.
처음엔 하루종일 교실에 쳐박혀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힘에 부쳤다. 3월 한달간은 유독 심했던 것 같다. 그런데 4월이 지나 5월이 되니,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맛이 생겨난달까.
물론 그래도 여전히 저녁은 남편이랑만 먹고 있긴 하다.
3교시쯤 되면 화장은 거의 다 지워지고 머리는 습기에 꼬불거리고 꿉꿉한 실내 공기에 나한테서도 그런 냄새가 날까 걱정되기 시작한다.
하긴 10시부터 18시30분까지 그 공간에만 있으니 꿉꿉해질수 밖에.
연속 3주간 토요일엔 비가 오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번주에 무얼할까 고민하던 차에 oo문화원에서 강사 채용을 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발견했다.
나는 당연히 인문학 쪽 강의를 하고 싶었고 강의계획서와 이력서를 제출하면 된다길래 작성해서 제출했다.
그랬더니 바로 다음날 전화가 왔고 내일 19시에 미팅이 잡혀있다.
뭘 들고오라는 이야기가 없어서 애매하긴 하다.
아무래도 강의계획서가 마음에 드니 수업을 진행하고 싶다며, 문화원과 내가 각각 어떤 비율로 수업비를 받아가는지부터 시작해서 개강할 수 있는 조건까지 전화로 설명해주셨다.
10명의 수강생이 생겨야만 개강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내가 그렇게 목놓아 외치던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어제는 배고팠지만 부엌에 있는 바나나를 따먹을 힘 조차 없어서 그냥 잠들었다.
벌써 10시다. 아침으로 맥도날드 아침 메뉴를 먹고 강아지 산책을 잠깐 시키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 이 글을 남긴다.
페이스북 기록을 보니, 과거의 나는 그러니까 정확히 말해 13년 전의 나는 미국의 동부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에는 친구들과 플로리다에 갔었고 universal studio라는 대규모 놀이공원에 갔던 것 같다.
즐거워 보인다. butter beer도 마셨던 것 같은데 그 맛은 기억이 안 난다.
하여간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얼른 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