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Minnesota

자꾸 다 포기하고 싶을땐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냥 한다.


출근하기 싫다? 그만다니고 싶다?

일단 출근해서 자리에 앉는다.


박사 그만 두고 싶다,

논문 읽어봤자 얼마나 나한테 체화될까?

일단 박사 그대로 유지하고, 일단 교수님 말대로 꾸역꾸역 읽어본다.


일단 출근하면 시간이 흐른다.

분명히 시간은 흐른다.

이번주는 시간을 보내려고 벼레별 짓을 한다.

날이 이렇게 구리구리한데 산책을 길게 하거나,

비싸더라도 오후에 커피를 한잔 더 사온다거나,

회사 책장에 있는 책 제목을 유심히 본다거나,

어쩌다 발견한 기형도 시인의 시집을 보물처럼 들어올려 읽어본다거나,

1리터 커피를 살때 받아온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본다거나,


이렇게 저렇게 버텨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시간은 흐른다.


어제는 퇴근 시간 2시간 전, 그러니까 4시부턴 사람이 아예 맛이 갔다. 그날 새벽 3:30부터 깨있었고 목요일이니 피로가 누적됐겠지.


매일매일 예전 우리 아버지하듯이 밥 먹고 티비 대신 핸드폰을 보다가 9:30이 되면 잠든다. 이런 일상이 계속 반복되서 아침에 눈을 뜨면 주말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세어본다.


이제 거의 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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