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나는 무색무취의 나날을 보낸다.
아침에 눈을 떠서 씻거나 안 씻거나 둘 중 하나를 하고 도시락을 챙겨 밖에 나간다.
출근도장을 찍고 상사에게 인사를 하고 두번째 커피를 들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한다.
제대로 씻고 나서 사무실에 가서 앉는다.
무료하다. 일을 하긴 하지만 하루종일 할만큼의 일은 없다.
거의 매일 시간을 허비한다. 게임을 하고 뉴스기사를 보고 뭔가 검색한다.
한동안은 억지로라도 논문을 봤다. 이젠 안 한다.
어제는 지쳤고 집에 있던 소주 1병 반에 맥주 두 캔을 몽땅 비웠다.
다 비울떄쯤 이미 기억은 삭제되어 있고 엄마에게 인생의 힘듬, 희망없음을 전화기를 붙들고 토로했다.
잠은 한 숨도 못잤다. 더웠다.
나는 안 아프게 죽을수만 있다면 당장 죽고싶다.
지금도 오후반차를 내고 집까지 오는 길 내내 나를 짓누르는듯한 더위와 습도에 지쳐 쓰러지는 기분이었다.
회사에서 준 호두과자 두개를 겨우 까먹고 샤워를 하고 머리도 말리지 않고 이 글을 쓴다.
남편도 불쌍하다. 매일 나는 지루하다 심심하다 할게 없다 죽고싶다라는 말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동기도 없고 뭘 위해 살아야할지도 모르겠는 나날이다.
회사에선 아무 문제도 없다.
오히려 올해 초랑 비교하면 평화롭기 그지없는 나날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살아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