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기간을 누리기로 했다. 학교도 방학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백수 기간.
아침 7시 반에 눈을 떴고 남편은 언제나처럼 나를 꼭 껴안고 사회생활을 하러 떠났다.
나는 9시 반쯤 집을 나섰다. 강아지는 아무리 가르쳐도 자기 마음대로 뛰어 다닌다.
대학로까지 걸어가서 커피를 사왔고 오는 길에 당연히 다 마셨다.
그 카페의 커피는 너무 독해서 좋아하지 않지만 쿠폰이 생겨서 걷기 위해 그곳까지 걸어갔다.
어떻게든 만보를 채우고 싶었는데 8500보만 채우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 강아지 목욕을 시키고, 나도 샤워를 했다.
어제 미리 주문해둔 김밥 재료로 김밥을 만들 참이다.
아직 배도 안 고프고 좀 쉬고 싶어서 일단은 방에 들어왔다.
이 기간에는 불안에 떨지 않고 싶은게 내 소망이다.
언제나 불안에 떨면서 지냈던것 같다.
모두가 불안은 어느정도 지닌 채 살아간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내 불안은 나를 뒤집어서 흔드는 듯할 정도다.
그 정도면 약을 먹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누군가는 말할 수 있겠으나,
나는 아직 정신과 약에 의존하고 싶지가 않다.
아직은 대중교통을 탈 수 있고 아직은 집에 틀어박혀 안 나오는 생활을 하지 않고 꼬박꼬박 강아지 산책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은 사회생활을 할 힘이 남아 있다고 믿고싶다.
약에 의존한 채 사회생활을 하면 아마도 불안증이 감소하고 덜 우울한 채 살아갈 수 있겠으나 그게 지속가능한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나에게 명상을 하라고, 108배를 하라고, 상담을 받아보라고 이미 20대부터 무궁무진한 조언을 얻었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불안에 고통을 받고 있다. 어쩌면 태어난 지 3개월, 그러니까 100일간 내 세상의 지반을 닦아나가는 시점부터 잘못됐을지도 모르겠다.
갈 지자로 걷는 강아지를 따라 나도 내 마음대로 걸어다녔다.
그리고 집에 오니 소강상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