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이렇게 모든 계획이 upside down된 상태에 이르렀을 때 내가 하는 행동은 단 한가지다.
술을 퍼먹고 토하고 소리지르고 욕하는 것.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기에 내 위는 아주 약간의 자극에도 꿀렁거리며 수축하는 고통을 내뿜는다.
20대의 나는 일주일에 최소 3-4회는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소맥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다음날 거뜬히 일어났다. 안색은 술을 먹은 다음날이 더욱 환하게 빛이 났다.
30대 초반부터는 일부러 사람들을 찾아 술을 마시는 일은 거의 없어졌고,
회사 사람들과 마시는 정도였고 그 마저도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원할때 뿐이다.
30대 초반에는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마시거나 좋은 곳에 가서 와인을 마셨다.
물론 모든 비용은 상대가 지불했다. (왜냐하면 나는 술을 안마셔도 된다고 거듭 거절했기에.)
하여간 그런식으로 술과 점점 멀어지다가,
작년 연말, 그러니까 내 결혼기념일 즈음에 술을 마시고 한번 된통 당한 일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일이 엎어지던 말던 편의점에 들려서 12000원짜리 맥주 네캔을 살 용기가 없어졌다.
그걸 먹게 되면 1) 위경련 2) 구토 3) 3~4일간의 불면증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아지와 정처없이 거닐다가 편의점에 써 붙인 싸게 판다는 맥주 광고 문구를 봤다.
보자마자 눈을 다른 곳으로 황급히 돌렸다.
그래서 나는 과음을 대체할만한 무언가를 찾는다.
겨울 바람을 맞으면서 2시간 가량 걷는다든지, 이틀에 한번 꼴로 아아를 마신다든지,
그 따위 별 볼일 없는 행위를 통해 뭔가 해소가 되려나싶지만 어쩔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