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Minnesota

8시경에 일어났고 남편은 이미 개와 산책을 다녀온 후 헬스장에 갔다.

나는 무얼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잠은 완전히 달아난터라 책을 몇 장 읽고선 강아지와 함께 나가 걸었다.

배가 고파서 아침으로 서브웨이를 주문해두었고 돌아오니 음식은 도착해 있었다.

추가로 뭘 먹을까 싶어서 냉장고를 열어 계란 4개와 고다치즈를 꺼내 오믈렛처럼 만들어 남편 것과 내 것을 나눠 접시에 담았다.


어제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에 재미있게 봤던 HBO 시리즈 <올리브 키터리지>란 드라마의 원작을 쓴 작가의 신작이다. 술술 읽히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그 드라마는 대사를 거의 외우다시피 열심히 봤던 미드이다.


남편에게 제안을 했다. 원래는 일요일에 당일치기로라도 여행을 다녀오자했었고 남편도 동의를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나는 남편이 사온 맥도날드 드립커피를 먹고 갑자기 생각난 김에 내가 매우 좋아하는 영화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의 이야기 중 하나를 토막내어 들려주었다. 그리고 한 제안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오늘 이 영화를 보고 내일 나와 카페에서 3시간 가량 이 영화에 대해 논의한다면 여행은 안 가도 좋다고 말이다.


실제로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에 대해 심취하게 되었고 <송곳니>라는 작품까지 티빙으로 찾아봤을 정도다. 사실 나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가여운 것들>은 영화관에서 보고 별로 좋은 평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다음 작품인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를 우연히 디즈니에서 보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시도때도 없이 그 영화에서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서 다시 보거나,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보는 방식으로 되새김질하듯 보게 되었다.


나는 아침을 먹고 다시 책을 읽다가 이 글을 쓰고 싶어서 노트북을 켰다.

갑자기 느껴지는 삶의 활력은 굉장히 낯설다. 지난 1달간 나는 침잠해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3분 거리의 구립도서관에는 남편과 딱 한 번 가본 이후로, 가지 못하고 있다.


나는 요새 혼자 나가지 못한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항상 남편을 대동하거나 강아지와 함께 나간다. 나 혼자 어딘가에 나가길 꺼려하는 내 자신에 대해 가엾음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이토록 오랜 시간 나는 나로 살아왔는데 여전히 나는 내가 낯설고 불편한게 아닐까.


지금은 토요일 11시 8분이다.

남은 시간을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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