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일요일 아침을 꿈꾸며 산 것 같다.
어제도 참으로 긴 하루였고, 푹 자고 일어나 아침을 만들어 먹으니 만족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침은 대단한 것은 없다.
토스트 한 쪽에 딸기잼을 바르고, 스크램블드 에그(계란 두개, 노른자 하나는 뺌, 우유 추가)와 커피,
토마토 주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진 이렇게 여유롭게 아침을 먹을 시간이 없다.
엄마가 갈아 놓은 토마토사과 주스에 영양제를 허겁지겁 삼키고는 현관문을 나선다.
배고프고 안고프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침 시간을 '여유'있게 보내는 건 굉장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월-토까진 회사와 학교시간에 맞춰서 바쁘게 움직여야 하지만 일요일은 그럴 필요가 없다.
물론 오후에 강남으로 갈 일이 있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완벽하다.
최근에야 영양제 대부분은 식사 후에 먹는게 흡수가 잘 된단 사실을 알았다.
오늘은 그렇게 먹을 수 있다.
어제는, 대학원 입학 이래로 가장 피곤했다.
너무 피곤해서 수업시간에 졸 뻔 했고 보통 토요일은 16시간 정도 간헐적 단식을 자발적으로 진행하는데
어제는 유달리 힘들었다.
살 빼는 것도 빼는 거지만 회사에서는 밥을 안먹기 위해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적당한 구실이 필요하다.
그래서 원치않더라도 밥을 먹는 날이 대부분이기에 토요일만큼은 학교에 가서 점심 시간을 온전히 내가 원하는대로 쓴다.
어제도 40분동안 유산소 운동을 하고 샤워하고 다시 화장을 했다.
아, 그 사이에 만나보려고 노력했던 사람과는 마찰이 있었고 그 덕분에 힘이 더 빠졌던 것 같다.
그 날 하루동안 연락하지 말자고 제안을 했고 그 덕분에 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는 지인들에게 이런 이야길 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한 가지였다.
"너가 안 좋아하나보네."
생각해보니 맞더라. 그냥 나이와 조건 정도가 부합하는 거 뿐이지, 좋아하는 감정은 없었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정확히는 선잠에 들었다가 다시 깨서는 더 이상의 발전은 어려울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그러고나니 모든게 다시 평화롭고 완벽해졌다.
반드시 꼭 누군가를 만나야만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특히나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그건 연애가 아니라 하나의 의무, 일이 되어버린다.
Flora Cash - You're somebody else를 듣고 있다.
오늘도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