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저그럴줄 알았지

by Minnesota

나는 이제 다 그저그럴줄 알았어.


너랑 헤어지고 또 누굴 만나더라도 이제 정말 아무런 설렘 없는 그런 어른의 만남을 할 줄 알았어.


그냥 서로 적당히 뭐 괜찮네. 이 정도로 생각하는거 말이야. 알지?


너는 내가 네살 때 유치원에서 동시 암송하는 사진을 엄청 좋아했잖아.


너는 샤워할 때 보이는 내 발가락을 좋아했고


너는 내 발목 조차도 니가 원하는 예쁜 발목이라고 했었어.


내가 잠들었을 때 숨소리만 듣고도 언제 선잠에 들었는지, 언제 깊게 잠들었는지 넌 알았지.


너처럼 섬세하게 나를 예뻐해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이제 나는 그냥 그저그럴줄 알았어.


근데 나 다시 설레게 되더라.


얼굴만 봐도 좋고. 덩치는 엄청 큰데 그냥 바보마냥 웃는것도 좋고.


내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는 것도 좋고 크게 부르는 것도 좋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한테 표현해주는 것도 좋아.


그냥 그저 그럴 줄 알았어. 근데 아닌가봐. 다시 설레.


좋아지기 싫었어. 좋아하기 싫었는데, 좋아하면 내가 너를 배신하는 거 같았거든.


근데 좋아져버린거 같아.


이제 더 이상 운전하는 옆 모습에서 니가 보이지 않아.


이번주에 우리 부모님 만나. 이 사람.


너는 이제 진짜 괜찮은거지. 나도 정말 괜찮아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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