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브런치를 쓰는 밤

by Minnesota

일본 오사카에 왔다.


무작정 왔다.


바로 전 날 가장 싼 표 끊어서


숙소도 하루에 3만원 좀 넘는 온천 플러스 캡슐 호텔로 잡았다.


반신반의했다.


이 여행이 과연 힐링 여행이 될 것인가, 아니면


4월의 스페인 여행과 같은 아픔으로 남을 것인가.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태풍으로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여행에 대한 확신이 점차 줄어들었다.


그래도 꿋꿋이 공항에 당도해서 수하물을 체킹하고 티켓팅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환전을 하고 로밍을 했다.


퇴사 후에 무작정 스페인을 갈 땐, 수하물만 맡기고 멍하니 있었다. 당시 그 사람이 나한테 일러주지 않았다면 나는 여행 자체를 가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순조롭게 비행기를 탔고 수많은 한국여행객과 함께 오사카에 당도했다.


숙소 아저씨는 다행이도 너무나 친절하게 맞이해주더라.


오자마자 목이 타서 쿠폰으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지도를 살펴봤다.


계획이 없기에 지도만 보고 여행을 꾸려나가야 할 참이었다.


맥주 한 잔으론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한 잔 더 시켰다.


그러고서 그 유명한 도톤보리 거리로 행했다.


길치인 나는 가는 길목마다 현지인에게 길을 물었고 다행이도 친절하게 알려주더라.


가서는 한 끼도 못먹었기에 라멘을 먹기로 결정했다.


줄이 길게 늘어선 두 곳 중에 한 곳을 택해 라멘을 먹었다. 기가 막힐 정돈 아니어도 맛있었다.


그러고선 정처 없이 걸었다. 빠징코도 발견했다.


레옹 와사비 영화가 생각나더라.


수많은 일본인이 각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엄청나게 몰입해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떠돌며 옷도 구경하고 복숭아 맛나는 맥주도 한 캔 더 마셨다.


영화에서 보던 그 이미지 그대로의 일본인 남녀들로 북적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엄청난 고민 끝에 맥주 두 캔과 토마토 주스(다음날 숙취 걱정에), 물(인줄 알고 샀으나 포카리스웨트 맛), 초밥을 사서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다.


바로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


물이 생각보다 뜨겁진 않았지만 여행에 지친 몸을 쉬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참 잘 왔다고 생각한다.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다리는 아프고, 내 손에 들린 마트 봉지를 보며 떠올렸던 장면은 2012년 4월 시카고였다.


그 때 나는 K와 함께 있었고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택시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는 양 나를 이끌고 차이나타운의 숙소까지 버스를 타고 향했다.


강한 사람이었다. 그만큼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다해주고 쿨하게 사라졌다.


시카고에서 그와 같이 갔던 박물관, 갑작스런 키스,

말다툼, 함께 봤던 프렌즈, 피자, 파스타,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축제. 생생히 기억난다.


내 기억 속에 이렇듯 수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난 오사카에 있는 동시에 시카고에도 존재한다.


온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북적이는 일본 시내에서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현실의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그래서 탕을 바꿔보고 사우나에도 들어가 보았지만 한 번 수면 위로 샘솟은 문제는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더라.


몸을 닦고 나와 침대 위에 몸을 뉘이니 근래 들어 이리도 피곤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노곤하다.


그래도 사 온 맥주 차가울 때 먹자 싶어 꿀꺽꿀꺽 마시고 있다.


오사카 갔다오라고 무심한 듯 말해주셨던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오늘,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Good night and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