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니고 있는 욕구 중에 가장 특이하다고 할만한 욕구는 '소유를 당하고싶은 욕구'이다.
누군가와 연애를 하게 되면 나는 그 사람에게 완전히 소유당한 상태, 종속된 상태이길 원한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집착'을 해달란 말이 아니다.
같이 있을 때 잠시라도 허공을 바라본다거나 침묵이 길어지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궁금해하고
평소라면 이맘때쯤 연락이 올텐데 왜 안오지 라고 궁금해하고
설사 비지니스 때문일지라도 다른 남자와 어딘가에서 동석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자신이 사준 선물을 두르고 출근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만족감을 느끼고
내가 자신에게 말을 건넬 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눈길이 향하는 것을 발견하고 왜 그런 것인지 생각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대부분 이 정도의 소유욕은 보여왔지만 사실 충분하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충분하다.
이 사람은 내가 먹고 싶다고 말한 비프 부르기뇽과 매쉬 포테이토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노트에 빼곡이 재료를 적어놓고 일요일 아침에 장을 보러 나갔다온다.
돌아 와서는 유튜브를 켜놓고 레시피대로 요리를 만든다.
다 만들고선 신이 나서 나에게 곧장 전화해서 데리러 간다고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다시 또 있을까 싶을 때가 자주 있다.
가끔 우리도 싸우곤 하지만,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내가 화낼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같이 있는게 좋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