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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도 해보기

by Minnesota

예전에는 본능적으로 싫은 것을 기피했다.


아주 어렸을 적 부터 나는 수학이 어려웠고 다른 과목은 곧잘 성적이 나왔으나 수학만큼은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피하고 외면했다.


고3까지 꾸역꾸역 수학을 하긴했지만 좋아해본 일은 없었고 나의 최대 약점이었다.


그 후로 나는 다행이도 내 강점을 살려 좋은 축에 속하는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나는 다른 싫어 하는 것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경영학 복수전공을 하지만 재무와 회계는 피했다.


학보사 영문기자로 일했지만 싫어하는 뒷풀이는 피했다.


언론사 인턴기자로 있으면서 이슈팀 소속으로 수많은 연예인 가십 기사를 써야했고 나는 이를 피해서 정치부 인턴으로 소속을 바꾸었다.


원하는대로 요리조리 피하다보니 여기에 왔다.


지금 다니는 대학원은 두번째 대학원이다.


첫번째 대학원은 첫 회사 입사와 함께 억지로 끼워맞추기식 전공을 택했고 첫 회사 퇴사와함께 저 멀리 과거의 뒤안길에 속하게 되었다.


나는 이십대의 끝 자락에 지금의 회사에 들어왔고 곧있으면 1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이 회사 입사를 하자마자 관련 전공의 대학원에 다시 들어갔고 벌써 두 학기째 다닌다.


나는 학생회 소속이지만 뒷풀이나 기타 잡다한 활동은 기피한다.


사람과 너무 얽혀들어가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실시간 줌 강의는 시간이 되도 피했다.


얼굴을 마주하는게 불편했달까.


이제는 더 이상 기피하지 않으면 좋겠다.


오늘 나는 숫자 입력이 업무의 팔할인 통합공시 입력 업무를 꾸역꾸역했다.


너무 하기 싫고 다리가 아팠지만 런닝머신 6km를 했다.


평소같으면 그래 이정도면 됐다 수업 하나쯤 건너뛰자했을텐데 오늘은 억지로 9:20까지 줌 강의를 들었다.


이제 하기싫은 것을 피하지만 말고 억지로라도 해보고싶고 해보아야할 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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