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까페거리

by Minnesota

평소에 사람이 많은 곳을 극도로 꺼리는 나로서는 데이트하는 주말마다 붐비는 지하철과 인스타에서 유명한 곳을 가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나는 더 이상 데이트와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다.


모두들 한껏 멋 부리고 아주 비좁은 까페의 불편한 의자에 앉아 한 잔에 6000원~7000원 하는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구매하여 마시는 토요일 오후의 연속.


한 번은 그리 먹고싶지도 않던 대만식 우육탕면을 먹기 위해 한시간 넘게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일산의 유명한 무슨무슨 로에 있는 식당이었고 목는 시간은 20분도 안 걸렸으며 음식의 맛에 대한 기억은 2-3년 지난 지금 내 머리엔 남아있지 않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나는 지난 이틀간 외출을 했기도 해서, 집에 있을까 싶다가 역시나 집에 하루 종일 있는 것은 정신 건강에 부담이 된다 싶었다.


집에서 차로 2,30분 거리인 성수동 하프커피에 가기로 했다.


어차피 안경을 끼고 나가야했고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 하려고 화장을 하고싶진 않아서 안 하고 나갔다.


역시 그 까페거리엔 연인과 친구들이 한데 모여 아주 붐볐고 다들 내가 제일 이쁘고 잘생겼어라는 모습으로 거닐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그런 곳은 주차하기 어렵단 것을 알아서 용수철처럼 차에서 뛰쳐 나가 최대한 빨리 커피와 도넛을 테이크아웃해왔다.


시그니쳐 커피는 6500원이었고 꽁짜로 받던 스카치 캔디 맛일뿐이었다. 내가 시킨 드립 커피는 차가워질수록, 신 맛이 강한 원두였다.


몰트 도넛과 레몬 도넛을 하나씩 겟했는데 그나마 레몬이 나았을 뿐 큰 감흥은 없었다.


도망치듯 빠져나온 그 거리로부터 우리 집까지 차로 돌아오니 이제 4시가 넘었고 남편은 다시 장을 보러 나갔다.


둘 다 고작 한시간 반 가량의 외출에 지쳤다.


나는 한편으론 참 다행이다 싶다.


만약 아직 내가 싱글이었다면 이런 날 나도 한껏 멋을 부리고 나가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까페에서 그다지 끌리지도 않는 남자와 소개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는 내 인생을 우육탕면 먹겠다고 한시간 넘게 소비하지 않을 것이기에, 지금의 삶에 더없이 만족한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토요일에도 정성껏 화장을 하고 불편한 옷을 입어가며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서 정말 다행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채널을 더 이상 방문하지 않길 바라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