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가다.
아침에 눈을 떴고 전날 점심, 저녁 모두 탄수화물을 먹었음에도 여전히 아침에 눈을 뜨면 굉장히 배가 고픈 나 자신을 발견한다.
평소 출근 시간이랑 동일하게 기상해서 준비하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건강검진 장소는 이미 사람들로 바글거렸고 나는 애꿎은 에어팟을 떨어뜨렸다.
이미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 들어와서 내가 겪는 피로감은 그 때부터 상승중이었다.
겨우겨우 검사를 다 마쳤고 이번에도 혈압은 처음에 쟀을 때 높았고 두번째 쟀을 때 다행이 정상이었다.
시력은 수술 이후 처음 듣는데 왼쪽은 1.0, 오른쪽은 1.5란다. 원래부터 왼쪽이 시력이 훨씬 더 안 좋았기에 당연한 결과인듯 싶다.
마지막 검사인 치과 검사 전에 사이렌 오더로 주문해둔 스벅 아이스커피 그란데에 우유를 넣어서 받아왔다.
스케일링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너무 아파요, 라고 답했고 웃으면서 그래도 해야 한다길래 알겠다고 했다.
미루지말라는 의사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도저히 오늘 할 자신이 없었다.
바로 옆에 정형외과에 들렀고 비급여인 물리치료를 했다.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해피오더로 피그인더가든 샐러드를 주문해두었다.
다 끝나고 샐러드를 픽업하러 가는 길에 엄마랑 통화를 했고 그게 화근이었다.
그냥 딱히 큰 목적 없이 전화를 한 것이었는데 그게 다음주 토요일 아빠 환갑 기념 식사 이야기로 넘어갔고, 그리고 결국 돈 이야기로 귀결됐다.
준 돈 50만원에 대해 왜 남편에게 아직 이야기를 안 했는지에 대해 샐러드가게에 앉아서 한참을 이야기했고 누가 들으면 내가 적어도 500만원, 아니 5천만원 정도 받은 줄 알았을 것이다.
고작 50만원에 대해 이렇게 길고 긴 통화를 해야하는가에 대해 나는 생각했고 그냥 안 받은걸로 치고 돌려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 돈이 있으나 없으나 살아갈 수 있고 애초에 돈을 원한적도 없기 때문이다.
고작 50만원 때문에 나는 조용한 아침 샐러드가게에서 한참을 돈돈 거려야만 했고, 그런 내 자신이 살짝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그 50만원은 사실 곧 들어올 예정인(원래 이보다 훨씬 일찍 입금됐어야만하는) 장학금만 들어와도 채워질 별 것 아닌 돈인데, 이걸로 인해 나는 아침밥도 못 먹고 양 팔에 피를 뽑아서 온 몸에 힘도 없는 상태로 떠들어대야만 했다.
그리고선 왜 내가 엄마랑 자주 이야기하지 말아야 하는지 다시금 떠올리게 됐다.
전화를 간신히 끊었지만 다시 또 전화가 와서 이번에는 남편에게 이야기하지 말란다.
20만원만 어쩌구 이야기를 하길래, 그 50만원은 나한테 준 이상 내 돈이고, 그걸 누구에게 말하든 그리고 어디에 어떻게 쓰든 이제는 내 관할 사항이니까 그만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게 싫으면 돌려주겠다고 했고 앞으로는 다시는 안 줘도 된다고 했다.
애초에 나는 받겠다고 한적도, 구걸한적도 없는 돈인데.
심지어 금액도 500만원도 아닌, 5천만원은 더더욱 아닌, 고작 50만원일뿐인데, 억울했다.
엄마는 아직도 내가 1년에 2번, 학교에 700만원 돈을 내고 있단 사실을 모른다.
사위도 아직 장인장모에게 말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우리가 그래서 지금 좀 더 빠듯한 재정상태임을 나는 왜 끝까지 말하지 않는지, 그 이유는 뻔하다.
내가 내 돈을 써서 하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소리를 1초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새삼 내가 집을 나와서 새 가정을 차리고나서 이런 일이 한 동안 없었고 그 덕분에 내가 받는 스트레스의 1/2이상이 없어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집에 걸어오는 길에 나는 도착하자마자 브런치에 글을 남겨야겠단 생각 뿐이었다.
무척 배가 고팠고 힘이 들고 거의 배터리 5%가 남은 핸드폰과 같은 상태임에도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나는 '그냥' 엄마에게 전화하지 말았어야 한다.
너무 자주 통화를 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독'이 된다.
이 사실을 꼭 기록을 해두고 싶었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자기가 듣고싶지 않은 사항은 듣지 않거나 듣고 흘려버린다.
그래서 나는 왠만하면 불필요한 잡담은 삼가는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내가 아침밥을 못먹고 아침부터 돌아다녀서 판단력이 흐려졌던게 분명하다.
이제는 '내' 집에 있고 나 혼자 있으며 아무도 내 팔뚝에 바늘을 찔러넣지도 않을 것이고 종이컵을 들고 소변을 받으려고 종종걸음으로 다닐 필요도 없다.
그리고 앞으로는 다시는, 1원 한 푼도 받지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