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가까워지다

by Minnesota

다른 때에 비해 이번주는 고요하게 흐른 편이다.


우선 퇴근 후에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집에 바로 귀가했다.


목요일 저녁 약속은 취소됐고 금요일 약속은 갑자기 가야하는 회식 자리 때문에 내가 취소했다.


처음에는 약속 없이 집에 가는 길이 허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다보니 오히려 그 편이 자연스럽고 좋다는 걸 느꼈다.


전반적으로 고요하게 흐른 평일이 끝나고 토요일에도 어김없이 8시경에 눈을 떴다.


전날의 회식 자리의 여운과 그 밖의 회사 일들이 잔상으로 떠올랐다.


1시간 정도 지나니 정상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다시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커피를 마시고 사람들과 통화를 하고 엄마와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훌쩍 11시가 되어 있다.


남자친구와 여행을 가기로 한 날.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2012년 미국에 있을 때를 제외하곤 남자친구와 1박을 하는 진짜 여행을 가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 사실 조차 친한 언니와 대화를 하면서야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12시경에 남자친구를 만나 여행을 떠났다.


첫번째 장소에선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한 3번 반복해서 말해줘서 머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그 곳을 꽤나 오랫동안 걸었다.


눈이 많이 내렸다. 손 잡은 채로 남자친구 코트 주머니에 넣고 한참을 걸으면서


대화를 하기도 하고 조용히 걷기도 했다.


가면서 호랑이를 닮은 고양이도 보고 오리도 보고 새도 봤다.


한참을 걷다가 다시 아침고요수목원에 갔다.


눈발이 더 세졌고 우리는 똑같이 걸으면서 눈이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차를 마시기도 했다.


그리고선 숙소로 왔고 같이 씻고 같이 맥주를 마시고 같이 라면을 먹고 같이 영화를 보고 같이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씻고나선 둘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보다가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차 안에서는 과자도 먹여주고 내가 쓰는 미스트를 뿌려주기도 했다.


가끔은 그냥 팔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그냥 얌전히 노래를 듣기도 했다.


그렇게 딱 24시간 같이 있다가 일요일 1200시에 헤어졌다.


생각해보면 참 소소한 것들인데, 이상하게도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같이 있으면서 24시간, 단 하루였지만 서로의 생활과 루틴을 공유할 수 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처음보다는,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평일에 쫓기듯이 출근길에 보거나 사람들 눈을 피해 퇴근할 때 만나는 거랑은 다른 느낌이었다.


소소한 것들.


돌아오는 길에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요새 잠을 잘 못 잤는데 어제 진짜 푹 잘 잤어."


"나랑 있어서 그래 오빠 ㅎㅎ"


"응 그런거 같아 진짜."



같이 있어서 잘 잤다는 소리만큼은 진심일 수 밖에 없는 말이라 더 크게 다가왔다.


다음주도 고요하게, 평화롭게 보내고 구정 설 연휴를 맞이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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